16일 발표된 520여개 12월 결산상장사들의 반기실적은 한 마디로 경기바닥을 향해 침체일로를 걷는 경기속에 제조업의 '악전고투'와 금융업의 '호조'로 요약될 수 있다. 증권거래소의 반기실적집계에 따르면 521개 상장사중 비금융 제조업체들은 4%대의 외형 증가세에도 불구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이 각각 1.13%, 8.97%의 감소세를 보인 것은 물론, 반기순익이 무려 31.12%나 감소해 지난해 상반기의 3분의 2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각 산업부문별 '대표주자'들이 대부분 포진해있어 실적 그 자체가 우리 경제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상장사들의 실적이 이같이 악화됐다는 것은 지난해 4.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제 침체가 상반기중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또 상장사들의 악화된 반기실적은 올들어 증시가 수차례의 '반짝 랠리'에도 불구, 대세상승으로 가기엔 아직 '펀더멘틀즈'에서 역부족임을 보여주고 있다. ◆ 올 상반기 실적 '속빈 강정', 재무구조는 다소 개선 올 상반기 12월 결산 상장사들은 모두 269조3천648억원어치의 매출을 올려 9조2천299의 순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천원어치를 팔아 34원을 남긴 셈이다. 이같은 실적은 지난해 상반기 1천원당 52원을 남긴 것에 비해 우리 상장사들의 수익성이 얼마나 급락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처한 대내외 환경이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상당히 '비우호적'이라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다행히 재무구조면에서 비금융 상장사들의 평균부채비율이 지난해 상반기 140.79%에서 136.52%로 소폭 하락, 악화된 수익성과 달리 안정성에서는 다소의 향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같은 재무구조의 개선도 상장사들의 총부채규모가 300조원선에서 286조원대로 감소한 것과 함께 자본규모 역시 214조원에서 210조원 선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율상의 개선에만 의미를 둘 수는 없다는 견해가 많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자본감소와 함께 유보율 역시 지난해 393.19%에서 335.54%로 크게 하락해 자체 재무여력이 대폭 줄어들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 제조업 실적 `심각', 금융업 `날개' 올 상반기 상장사들의 실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제조업체들의심각한 실적악화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금융사들의 실적호조세다. 비금융 제조업체들은 올 상반기 매출액 증가율이 4.03%로 외형상에서는 다소의 증가세를 나타냈으나 전체 평균 4.45%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특히 비금융업체들은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이 각각 13.11%, 29.31% 줄었을 뿐 아니라 반기순익이 무려 48.85%나 격감, 지난해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지는 '비참한' 성적표를 제출했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 경기의 침체와 신흥시장의 외환.금융위기조짐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하는 수출이 직격탄을 맞은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면 제조업체들이 호조세를 보였던 지난 99년 부실처리로 인해 홍역을 겪었던 은행중심의 금융업체들은 구조조정 성과의 반영과 예대마진의 확대, 수수료수입 증가 등 호재가 겹치면서 2년여만에 부진한 증시의 '우등생'으로 부상했다. 금융사들은 외형면에서 8.28%의 증가세를 보인 것은 물론, 영업이익이 248.9%, 반기순익은 무려 426.41%의 기록적 급증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익성면에서 제조업체들은 1천원어치를 팔아 27원을 남겼지만 금융사들은 1천원어치의 영업수익마다 96원을 남겨 제조업체의 3배가 넘는 이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 비금융중 운수창고 '최악', 운수장비.의약은 '활짝' 비금융업의 업종별 현황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한 업종은 환율급등락과 수출감소의 이중 직격탄을 맞은 운수창고업종으로 4천6백억원대의 적자를 내며 적자규모가 10배로 늘어났다. 종이목재와 의료정밀업종도 적자로 전환되는 부진한 성적을 냈으며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기전자업종 역시 하이닉스반도체의 2조원대 적자와 반도체공정 및 설비업체들의 부진으로 순익이 63%나 급감했다. 이같은 비금융업종의 전반적인 부진과 달리, 올 상반기 현대.기아자동차와 대우조선의 실적호조에 힘입어 운수장비업종의 순익은 82.3%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또 의약분업실시에 따라 실적 향상이 두드러졌던 의약업종은 순익이 88.6%나 급증, 거래소 비금융업종중 가장 높은 순익증가세를 나타내 주목을 끌었다. 비금융업종중 이들 두 업종을 제외하면 순익규모가 증가한 업종은 비금속광물과 음식료품,통신업종 정도에 불과했다. ◆ 관리종목들, 대규모 적자반전 자본전액잠식, 회사정리절차 진행 등 기업부실로 인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업체들은 여타 업체들에 비해 더욱 실적이 악화돼 어려운 경기상황에서 기업회생작업이 쉽지 않음을 반영했다. 豁?상장사들이 적어도 외형면에서는 소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과 달리, 80개관리종목들은 매출에서조차 11.5%나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51.2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의 대규모 채무면제마저 줄어든 탓에 지난해 1조1천억원대였던 관리종목들의 순익은 올해 6천769억원의 적자로 반전돼 상당수 기업들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자생력을 갖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