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격언처럼 '큰 장'은 비관 속에 태어나서 회의 속에 자라는 것일까.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에 따른 유동성 장세 기대감으로 주가가 단숨에 580선 턱밑까지 치고 올라 왔다. 2·4분기 2%대 경제성장률에 3·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는 경기비관론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급등세다. 물론 지난 98∼99년의 대세 상승은 비관 속에 파묻혀 있던 98년 9월말 종합주가지수 287을 바닥으로 시작했다. 정작 경기 회복 사인이 나타난 것은 99년 2월이었다. 때문에 경기 회복 사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일시적인 유동성 장세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일시적 반등(미래에셋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에서부터 전고점(632)까지의 제한적 유동성 장세(B&F투자자문 김석규 대표),금융장세의 초입(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부장)을 거쳐 대세 상승의 타진 가능성(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이사)까지 크게 갈린다. ◇가공할 저금리의 위력=최근 급등장을 이끈 유일한 재료는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장세 기대감이다. 저금리 수혜가 예상되는 저가 대형주와 배당투자 유망주,건설·금융주 등에 순환매가 형성된 게 이를 방증한다. 연초 금리 하락기와 다른 점은 예금금리 인하가 동반됐고 부동산 시장에서 한 차례 자금 움직임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낮은 은행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시중 자금이 리스크(위험)를 감수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하는 전문가가 많다(김석규 대표).저금리 수혜를 대표적으로 받는 금융·건설주가 최근 장(場)을 주도해 개인의 주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도 좋은 현상(온기선 이사)이다. ◇최대 매물대의 시험=종합주가지수는 최대 매물대의 시험을 받게 된다. 연초 이후 지수 580∼590대 거래비중이 전체의 14.0%,590∼600에서 15.0%(90억7천5백만주)가 거래됐다. 주식 투자자금이 성격상 지수가 꾸준히 오르는 모습을 확인해야 본격적으로 증시로 유입된다는 점에서 29%(1백75억7천3백만주) 이상의 매물대가 쌓여 있는 580∼600대를 뚫어야 견조한 금융장세의 실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기 회복 사인은 여전히 요원하고 지난 14일 15포인트 이상의 지수 상승도 사실상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추세적인 상승에 의문이 남는다(이정호 팀장).또 14일 거래량이 5억3천9백만주로 급증해 지난 5월25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단기 과열 양상을 띤 점도 매물대 앞에서 기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관건은 금융주와 건설주=시장 에너지가 확실한 주도주 탄생을 위해 결집돼야만 유동성 '랠리'를 이끌 수 있다. 매기가 좁혀질 경우 그동안 시장을 이끌었던 금융·건설주가 추가 상승하면서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김지영 부장).어차피 IT(정보기술)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의 회복은 경기변수의 키(key)를 쥐고 있는 미국 시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동성 장세의 실제 도래 여부 또한 금융·건설주의 행보에 달려 있고 당분간 이들 종목에 매매가 집중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IT 회복 사인이 나오기 전에 이들 종목이 시세탄력을 잃는다면 다시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가격메리트가 부각되는 내수 관련 가치주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