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를 우롱하는 인터넷 취업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다. 29일 노동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운영중인 취업사이트는 2천8백여개에 달한다. 다리품을 팔지 않고도 일자리를 알아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기가 치솟으면서 관련 업체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에 따라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취업사이트의 주 수입원은 개별 구인업체로부터 받는 3만∼5만5천원 가량의 채용공고 게재료. 그런데 일부 사이트는 수입 증대에만 골몰한 나머지 검증도 안된 채용공고를 올리고 있다. 최근 중소 IT(정보기술)업체에 입사한 김모(34)씨는 구직기간중 허위정보로 피해를 입었다. 김씨는 "모 사이트에서 마케팅·기획부문의 인력채용 공고를 본 뒤 찾아갔지만 정작 정수기 판매 사원을 뽑고 있어 발길을 돌려야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사이트의 잘못된 채용정보로 헛걸음하는 사람이 많다"며 "확인도 안된 기업의 구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취업문제로 고민하는 구직자를 두번 울리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대학생 김모(27)씨도 지난 6월 다른 취업사이트에서 토익·토플 강사 채용공고를 보고 솔깃해 학원을 찾아갔다. 그러나 학원측은 고등학생 입시영어 강사를 구하고 있었다. 급여도 20만원 가량 적었다. 김씨는 해당 사이트에 전화를 걸었으나 "(우리가)채용공고를 일일이 살펴볼 만한 여유가 어디 있느냐.본인이 신중하게 회사를 고르면 문제될 게 없다"는 억지주장만 들어야 했다. 구직자들이 취업사이트에 올리는 이력서에 대한 엄격한 관리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최근 경실련이 10대 취업사이트의 개인정보보호 관련 실태를 점검한 결과 구직자라도 기업 회원으로 가입하면 타인의 이력서를 열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구직자들이 자체적으로 불량기업의 채용공고를 사전에 걸러내는 대형 취업사이트를 이용하거나 구직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업체를 활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취업사이트측도 기업회원을 유치할 때 구인업체 인사담당자의 재직증명서와 개인정보유출금지 각서 등을 받아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