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포항제철이 삼미특수강(현 창원특수강)을 인수하면서 일부 근로자를 재고용하지 않은데 대해 대법원이 "부당해고가 아니므로 포철은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해고 근로자를 복직시켜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 및 고법 판결을 뒤엎은 것으로 향후 기업 인수합병시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강신욱 대법관)는 27일 포철 계열사인 창원특수강이 중앙노동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포철이 삼미를 인수한 것은 근로자와 물적자산을 포괄적으로 이어받는 '영업양도'가 아니라 물적자산만 선별적으로 양수·양도하는 '자산분할매각'방식이므로 반드시 고용까지 승계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포철은 삼미로부터 인수한 봉강사업부문을 장기적으로는 폐업하기로 하고 96년 말 기준 전체의 59.8%이던 봉강생산량을 98년 기준 11.3%로 대폭 축소하는 등 조직의 '동일성'을 유지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영업양도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삼미는 포철에 인수될 당시 자본잠식 상태여서 자산만 양도하는 '자산분할 매각방식'을 택한 데다 이로 인해 고용승계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종업원들에게 널리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이번 판결은 국내기업을 인수하게 될 외국기업이나 국내 기업의 마구잡이식 정리해고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창원특수강은 지난 97년2월 삼미특수강 2개 부문을 인수하면서 근로자 2천3백42명중 1천7백70명만 재고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누락된 2백45명이 중앙노동위에 낸 부당해고 취소신청이 받아들여지자 소송을 제기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