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 530선이 석달만에 붕괴되며 520대로 주저 앉았다. 이리하여 지난 4월 중순 돌파갭을 형성하며 상승을 보였던 랠리는 7월에 접어들면서 돌파갭이 모두 메워지며 사실상 종결됐다. 올들어 1월과 4월을 기점으로 두번에 걸친 순환상승은 금리인하 모멘텀에 기대며 경기회복을 고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으나 경기침체와 기업실적 악화는 끝내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했다. ◆ 세계 경제회복 지연, 금융불안정은 진행형 = 이는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도 7월 실적 발표 시즌에 들어서면서 경기침체로 인한 실적 악화 전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97∼1998년 아시아 통화위기와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 속에서도 세계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미국 경제가 정보기술(IT) 부문의 버블이 깨지면서 장기호황의 끝물에 처해 있다는 시각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못된다.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주가도 마찬가지다. 지난 1990년대 제로금리 하에서도 유동성 함정에서 허우적거리며 복합불황의 늪을 헤매던 일본 경제가 다시 구조개혁에 대한 고이즈미식 해법에 진전을 보지 못한 상황이다. 일본 닛케이주가는 증시부양책 소식으로 잠시 낙폭을 줄였으나 금융개혁 부진 속에서 부실채권 문제가 불어지며 지난 1985년 이래 가장 낮은 11,5000선 붕괴 압력에 처해있다. 반도체가 주된 산업기반인 대만 주가 역시 7년중 최저치로 추락했다. 그렇다고 '강세장은 비관에서 싹트고, 회의에서 자라며, 낙관에서 끝을 맺는다'는 존 템플턴의 이른바 '희망찾기' 투자조언을 망각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세계 경제의 침체가 우려되고 국내 주가를 들어올렸던 유일한 매수주체인 외국인이 지속적인 매도를 펼치는 현 상황에서 매수세력이 기댈 언덕은 그리 쉽게 찾아질 것 같지는 않다. 지난주 미국을 비롯한 선진 8개국 정상들이 만나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으나 외환시장은 불안하고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멈추지 않는 등 금융여건의 불안정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올들어서만 여섯 차례 금리인하가 단행됐고 이제 일곱번째 금리인하가 예견되는 상황을 맞고 있지만 금리인하 효과가 경기회복 사인으로 증거되지 않는 데 따른 괴리감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것이다. 지난주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잘 모르겠다'는 식의 발언을 더한 것은 '혹시나' 하며 막연히 기다렸던 하반기 회복기대감의 근저를 흔들어 놓았다. 이는 금리인하와 경기회복 신호 사이의 '실질적 시차'가 과거의 경험치나 자신감에 바탕을 둔 이중적 레토릭 차원을 넘는 수준이라는 점을 내포하는 것이어서 '인고의 계절'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선언과도 같은 것이었다. 기업실적과 관련해 2/4분기 미국 기업의 사전실적예고, 워닝(warning)시즌의 경고를 지나 기업 스스로 실적을 발표하는 어닝(earning)시즌이 본격화되면서 3/4분기 전망악화의 그림자를 떨치지 못한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악화 전망은 경고음을 넘어 파열음으로 터지면서 투자자들은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희망을 접었다. 이번주 미국은 AT&T, 엑손모빌, 루슨트 테크놀로지, 컴팩 컴퓨터, JDS 유니페이스 등 약 2,000여개 기업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또 2/4분기 GDP 예정치 발표가 금요일에 있을 예정이다. 실적이나 경제지표나 일단 '하향성'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에 주의가 요구된다. 국내 시장과 관련해 반도체를 비롯해 PC수요 부진 등 컴퓨터 관련 산업의 악화 전망은 국내 산업의 위축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섣불리 '이만큼이면 되겠지'하는 주관적 반등론은 경계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7월 하락기조의 일단락 확인이 급선무 = 7월 들어 국내 주가 흐름이 △ 세계적인 신경제의 축인 IT부문의 공급과잉 지속 △ 구경제권 전통주 대안찾기의 일단락 또는 침체확산 △ 아르헨티나 등 신흥시장 불안 등에 따라 약세기조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동원경제연구소의 이승용 이사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회복시기가 하반기에서 연말이나 내년초로 지연된다는 소식에다 신경제의 대안으로서 구경제에 대한 회의감이 심화되는 국면"이라며 "특정한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나 SK텔레콤 등 첨단업종의 지수관련 대형주가 약세를 지속해 온 데다 7월에 들어서며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실적관련 가치주들이 다소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대안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 전반의 하향압력이 불가피하지만, 삼성전자가 17만원선이 유지되고 SK텔레콤이나 한국통신 등이 낙폭과대와 실적뒷받침을 재료로 낙폭심화를 막아주고는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감세조치가 실질화되면서 3/4분기 소비부문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번 늘어난 소비는 줄이기 어렵다는 '상대소득가설'에 따르든, 그나마 금리인하로 주택부문이 탄탄하고 소비자 신뢰지수도 개선되는 등 소비부문의 악화는 방어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거래자들은 사야할 때라는 느낌도 생기고 있으나 쉽사리 매수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아직 확인해야될 사안이 많고 무엇보다 시장의 하락기조가 멈추거나 불안정이 안정되야 하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의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상반기 중 미국의 유동성을 근간으로 했던 장이 마무리되면서 이머징마켓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장을 주도한 외국인이 매도로 전환된 터여서 장에 불확실성이 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경기회복이 연말이나 내년초로 지연되는 상황에서 기술적 반등에 대한 신뢰도 역시 크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지수 500선에 대한지지 여부를 확인하면서 외인동향을 보며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주가 사이클을 보면 지수는 지난 1997년말 IMF 외환위기를 포함해 한두차례를 제외하고 500 이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당시 미국의 경기호황이라는 여건차이를 간과할 수는 없지만 국내지수는 500에서 1,000선의 박스권에서 움직였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량주를 축으로 하는 저가 매수세의 출현 가능성을 다 막아둘 필요까지는 없다는 지적이다. 동원경제연구소의 이승용 이사는 "미국 경제회복의 시차가 길어진다는 얘기지 아직까지 무너진다는 얘기는 없다"며 "일단 7월의 하락이 마무리되는 것이 급선무겠으나 역사적 시야에서 500선이면 저가매수세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첨단기술주는 전망이 불투명하고 올랐던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덜 빠졌다"며 "단순평균주가로 연초보다 아직 높은 수준이어서 단순히 섣불리 가격메리트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경계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