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호분할 다중접속(CDMA)방식의 이동통신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퀄컴사의 횡포가 도를 넘은 감이 있다. 국내 통신장비업체들로부터 엄청난 로열티를 받은 덕분에 급성장한 퀄컴사가 그 로열티 중 20%를 환급하기로 약속하고도 지급을 미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국제재판까지 한데 이어,이번에는 우리 기업들에 받는 것보다 훨씬 낮은 2%대의 로열티만 받기로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와 계약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 기업들에 최혜 대우를 약속한 계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우리측의 사실확인 요구에 퀄컴사는 아직 답변을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사나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이 계약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이유로 사실확인을 꺼린다 해도 결코 적당히 넘겨서는 안된다. 형평성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국내 통신산업에 미칠 엄청난 악영향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계약대로 최혜 대우를 받아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 폐해는 엄청나다. 당장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의 중국 진출에 급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국내기업과 중국업체가 합작한 기업도 5%대의 비싼 기술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이 조만간 수출공세를 펼 경우 상대적으로 비싼 기술료를 물어야 하는 국내업체들의 통신장비 수출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 너무나 분명한 일이다. 이대로 가면 IMT-2000 등 차세대 통신장비 개발에서도 계속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그동안 이동전화 단말기와 기지국 모뎀칩을 퀄컴사에서 1백% 수입한 것은 물론이고, 지난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CDMA2000―1x와 내년 상반기 고속 무선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인 1X EV―DO의 모뎀칩도 거의 마찬가지다. 게다가 동영상을 지원하는 멀티미디어 모뎀칩과 무선인터넷 플랫폼도 퀄컴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횡포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데에는 핵심기술 개발을 소홀히 한 정통부와 통신장비업체들의 책임이 크다. 핵심부품인 모뎀칩을 전량 수입하는데다 단말기 한대를 팔 때마다 꼬박꼬박 비싼 로열티를 물고 있으면서 언제까지 'CDMA 종주국' 운운하며 우쭐댈 것인가. 정통부와 관련기업들은 핵심기술 개발은 물론이고 60%대에 불과한 단말기 국산화율을 끌어 올리도록 한층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때까지 퀄컴사의 독점횡포에 맞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