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스승님' 5일 세상을 떠난 한국마라톤의 대부 정봉수 감독의 마지막 모습을 향해 엎드리는 이봉주(31.삼성전자)의 눈가에 조용히 회한의 눈물이 맺혔다. 오인환 코치와 함께 6일 오후 12시30분께 서울 중앙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찾은 이봉주는 한떨기 국화꽃을 옛 스승의 영전에 바쳤다. 이봉주는 "고생만 하시다 가신 것같아 너무나 안타깝다"며 "자주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제자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뒤늦은 후회를 토로했다. 황영조 은퇴후 '정봉수 사단'의 에이스로 떠오르며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봉주는 99년 10월 코치 인선 문제로 갈등을 빚어 팀을 탈퇴, 이듬해 5월 삼성전자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이유야 어찌됐건 그동안 지도해준 스승을 등졌다는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이봉주는 삼성전자 입단 직전 정 감독을 찾아가 화해를 했지만, 이후로 더 이상 대면이 없었던만큼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상태였다. 죄송스런 마음으로 가득한 제자의 안타까운 마음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오는 8월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위해 당초 2일 캐나다로 출국할 예정이었던 이봉주가 가벼운 부상으로 훈련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6일 오후 6시20분으로 출국이 연기된 것. 예정대로 2일 떠났다면 스승의 마지막 가는 모습마저 지키지 못했다는 영원히 털어내지 못할 가슴앓이까지 덤으로 안을 뻔했다. "정 감독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는 이봉주는 "고된 훈련의 연속이었지만 정 감독님 밑에서 훈련했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이봉주는 또 "부족했던 연습을 캐나다에서 충실히 소화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반드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