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돼보니 감독님 마음을 알겠습니다" 5일 저녁 타계한 한국 마라톤의 대부 고(故) 정봉수 코오롱 감독을 보내는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31)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의 얼굴은 이제는 고인이 된 '독사' 감독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찼다. 정 감독과 함께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반세기 넘게 맺혀온 한국 마라톤의 올림픽 금메달의 한을 푼 황영조는 6일 오전 9시30분께 정 감독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앙병원을 찾아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아침에 소식을 듣고 곧바로 달려왔다"는 황영조는 "건강이 안좋으셨지만 워낙 정신력이 탁월하신 분이여서 이렇게 갑자기 가실 줄은 몰랐다"고 안타까운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90년 약관 20세의 나이에 코오롱에 입단한 황영조는 정 감독의 지옥 훈련을 견뎌내고 입단 2년만에 벳푸 마라톤에서 2시간 10분 벽을 깬 데 이어 그해 올림픽 월계관을 쓰며 정 감독에게 한국마라톤의 '대부'라는 칭호를 안겨줬다. 96년 부상 등의 이유로 은퇴를 결정했을 때, 처음에는 말리다 곧바로 이해하고 허락했을 때가 가장 고마웠다는 황영조는 이제 스승과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러 다시뛴다. 지난해 12월부터 감독의 자리를 맡게 된 황영조는 "이제야 감독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됐다"며 "감독님과 약속한 대로 감독님의 뒤를 이어 한국 마라톤의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