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휴대폰 문자메시지(text message) 이용이 크게 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3일 "만일 당신이 이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면 당신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수백만명과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다"(If U Cn Rd Ths Msg, U CnB Txtin W/Millions in Europe & Asia)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실었다. 이 문자메시지를 복원하면 "If you can read this message, you can be textingwith millions in Europe and Asia"가 된다. 이는 문자메시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16-24세 젊은이들이 휴대폰 스크린에 적합하도록 문자를 축약하는 방법을 따른 것이다. 문자메시지 이용자, 특히 젊은이들은 통상 160개이내 문자로 거의 모든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문자메시지 시대에 맞춰 `텍스트'(text)라는 명사는 지금 `문자메시지를 교환하다'라는 동사로 `품사 전환'까지 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협회에 따르면 지난 1.4분기중 전세계에서 교환된 문자메시지는 500여억개로 월평균 160억개(전년대비 5배 증가)에 달했으며 올 연말엔 총 2천억개, 월평균 250억개로 늘어날것으로 추정됐다. GSM 협회는 5월말 현재 169개국 538개 무선통신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으며 이들 업체는 전체 무선통신 시스템의 약 70%(고객 기준 5억3천700만명)를 점유하고 있다. 영국은 올들어 4개월간 총 35억개, 5월 한달에만 9억4천300만개의 문자메시지가 보내졌다. 영국 전체인구의 약 75%가 휴대폰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중 18% 가량이 문자메시지를 이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 1-3월중 총 60억개의 문자메시지가 사용돼 가장 사용빈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휴대폰 소지율 35%, 문자메시지 사용률 1%로 아직 유럽이나 아시아만큼은 못하지만 점차 사용빈도가 늘고 있다. GSM 서비스를 이용하는 미국과 캐나다의 휴대폰 소지자는 작년 880만명에서 지난 2월 1천50만명으로 1천만명을 돌파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우 한국, 중국, 필리핀, 싱가포르, 홍콩, 호주에서 문자메시지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0대들의 일시적 유행으로 간주되던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휴대폰 통화보다 이용료가 저렴하고 컴퓨터 e-메일보다 사용하기 편리하기 때문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문자메시지 용처는 연애와 시험 커닝에서 종교 전도, 군중 및 유권자 동원에 이르까지 매우 다양하다. 한마디로 문자메시지는 무선통신기술이 있는 곳의 정치.사회.문화 각 방면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영국 집권 노동당은 지난달 젊은층의 투표율 제고를 위해 10만개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독일의 한 교회는 일반인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신앙을 권유했다. 영국에선 지난 5월 문자메시지 시(詩) 경연대회에 약 7천500명이 참가했으며 헤티 휴즈(22.여)가 우승, 1천500달러를 받는 등 문학의 한 형태로까지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영국 텔레비전 쇼들은 `생존자' 등과 프로그램에 시청자와 출연자가 문자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및 런던 경찰은 도난 휴대폰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그것을 구입한 사람에게 그 휴대폰이 장물임을 알리고 있다. 런던 등지의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자동문자메시지를 보내 자녀들의 실지연구여행 계획이나 무단결석 경고를 알린다. 지난 5월 영국 웨일스에서 산악등반을 하던 한 남자가 추락했을 때 경찰은 상태가 좋지 않은 음성메시지 대신 문자메시지를 이용, 그의 소재지를 파악하고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문자메시지가 생명을 구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문자메시자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영국의 한 범죄자들은 문자메시지로 살인을 공모했으며 싱가포르의 한 신문은 세계 곳곳에 있는 영국 학교 학생들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다른 시간대의 학생들과시험 문제와 답을 주고받는다고 보도했다. 문자메시지의 군중 동원 효과는 평가가 엇갈린다. 지난 1월 필리핀인들은 조셉 에스트라다 전대통령 퇴진 시위때 문자메시지 덕을 톡톡히 봤고 런던에선 지난주 인종차별철폐 및 경찰 폭력 반대 시위 조직자들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시위대를 모았다. 반면 영국 노동당의 문자메시지를 통한 투표율 제고에도 불구하고 총선 투표율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였으며 특히 젊은층의 투표율이 매우 낮았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