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더미 같은 부채와 적자 구렁텅이에서 우량은행으로 탈바꿈한 신세이(新生)은행의 화려한 부활이 일본 재계와 금융계에서 단연 화제다. 장기신용은행의 간판을 달고 영업해 오다 지난 98년 10월 파탄처리됐던 이 은행은 국유화과정을 거쳐 미국계의 리플우드 홀딩스에 매각된 후 지난해 6월 간판을 바꿔 달았다. 매각과정에서 3조6천억엔의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돼 리플우드가 알짜만 넘겨 받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새출발 후 1년만에 이익등 각종 지표에서 톱 클래스 수준으로 도약, 재생 처방이 주목을 끌고 있다. 닛케이 비즈니스 최근호에 실린 이 은행의 부활 키워드를 소개한다. ◇ 기업풍토 쇄신 =경영진 구성에서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제로(0) 베이스 출발이나 마찬가지의 충격요법을 단행했다. 임원 선임과정에서 연령 경력 국적 등에 대한 선입관은 깡그리 무시했다. 일류은행을 만드는데 필요한 조건과 능력을 갖췄느냐만이 선발 기준이었다. 사장인 야시로 마사모토(72)씨는 씨티뱅크 개인금융부문 대표를 지냈지만 원래 미국 석유회사 엑슨의 일본 법인 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넘버 투인 데이비드 파이트 전무는 불과 38세의 미국인이다. 세계은행과 뱅커스 트러스트 등에서 근무한 후 경영부진에 허덕였던 호주의 한 은행에서 재건작업에 참가한 경력을 인정받아 신세이에 투입됐다. 13명의 임원중 인도인이 3명이나 되며 금융상품부문장을 맡고 있는 미국인 이사는 36세의 증권회사 근무 경력자다. 장기신용은행 출신 임원은 8명이지만 간부진은 절반 이상이 장기신용은행과 관련이 없는 일을 했던 사람들이다. ◇ 정보기술 부문의 발상전환 =은행 전산시스템의 자체 개발, 유지 노력을 과감히 포기하고 인도에서 조달했다. 일본 은행계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으나 인도 회사가 판매중인 기존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 가동시켰다. 이같은 방식으로 다른 은행들이 3년 걸렸던 시스템 개발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고 비용도 60억엔으로 90% 정도 절감했다. 장기신용은행 시절에는 시스템 개발, 유지에만 매년 1백억엔의 경비를 투입했었다. 자체 노력으로 모든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린데서 얻은 소득이었다. ◇ 소비자 지상주의 =개인을 상대로 한 소비자 금융 강화 전략 차원에서 모든 일을 소비자중심으로 생각하는 풍토로 기업문화를 바꿨다. 작년 9월 개인 영업의 선봉에 설 전담팀을 1백명의 행원으로 구성한 후 가장 먼저 지시한 일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파악하라는 것이었다. 전담팀 행원들은 유니쿠로, 맥도날드, 스타벅스 커피 등 일본에서도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점포를 고객으로 가장한 후 파고들어 경쟁력의 비결을 몽땅 체크했다. 1백개 이상의 항목을 철저하게 파헤친 후 전담팀이 분석한 인기업체들의 파워 비결은 '간편, 간단, 신속대응, 품질에 상응한 합리적 가격'의 4가지에 있었다. 부실채권을 털어내고 새출발하면 누군들 못하겠느냐는 시샘을 받고 있지만 이 은행의 야시로 마사모토 사장은 "일본 은행들이 해온 것과 정반대로 나간 것이 성공비결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일본 은행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원인으로 전례중시,획일주의, 연공서열, 순환인사, 규모중시 등을 꼽고 있다. <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