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0일 발표된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은 5천억원이 넘는 탈루세액의 규모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정부의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한 반면 한나라당은 조세권을 악용해 특정언론을 탄압하고 회유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 민주당=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당4역회의를 열고 국세청이 언론에 배포한 세무조사 관련 보도자료를 전달받아 검토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였으나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대변인 공식 논평외에 당직자들의 개별적인 언급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논평에서 "일부 언론기업들이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할 수 있는 언론을 치부 수단으로 삼아 탈세를 자행해온 사실이 밝혀진 것은 실로 충격적"이라며 "특히 일부 언론기업 대주주들의 주식 우회증여와 양도소득세 탈루 등의 부도덕한 개인비리가 적발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이번 세무조사가 언론기업들이 사회적 공기로서 거듭나는 자성과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정부는 추호도 흔들림없이 예외없는 법 집행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하고 "이번 발표로 그동안 언론사 세무조사를 놓고 '언론탄압'이라고 강변했던 한나라당의 주장은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이날 헌정회원과의 오찬에서 언론사별 탈루액 공개 여부에 대해 "국세기본법에 따라 공개할 것이 있고, 안 할 것이 있다"며 "그러나 조세포탈범으로 사안별로 검찰에 고발하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언론개혁을 주장해온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과 동교동계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은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고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은 언론사 스스로 세무조사 결과를 공개하되 변론권을 보장할 것을 제안했다. 한 위원은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처음있는 일로 법 적용에 있어서 성역이 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준 것"이라며 "언론사도 합법적인 방법으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해야 할 것이며 세무당국도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이후에도 투명하게 법 집행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 고문은 "이번 발표는 권언유착 청산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조사결과에서 드러난 탈세.범법사실에 대한 검찰수사를 통해 각 사의 행태가 자연스럽게 국민에게 모두 공개돼야 하며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언론사 세무조사가 조세정의와 기업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믿는다"면서 "온 국민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언론사가 스스로 결과를 국민에게 밝히는 것이 불필요한 정쟁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언론사에게 변론의 기회가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옥두(金玉斗) 의원은 "이 문제 만큼은 원칙과 법에 따라 대응해야 하며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범구(鄭範九) 의원은 "세무와 사정당국이 한 점 의혹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임종석(任鍾晳) 의원은 "국민의 눈과 귀인 언론사가 엄청난 탈세를 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처리과정이 언론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켜서는 안되겠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한나라당=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발표후 곧바로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 주재로 긴급 당3역회의를 소집,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의 적법성과 추진 과정의 타당성등에 대해 관련 상임위에서 국정조사 수준의 강도높은 추궁을 벌이기로 했다. 또 당 언론장악저지대책특위(위원장 박관용.朴寬用)도 이날 오후 긴급 회의를 열고 조세권을 정치적으로 사용할 경우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번 조사 결과는 언론사에 대한 약점잡기와 언론개혁을 위한 명분쌓기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언론사나 사주가 탈세나 횡령, 치부나 하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고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크게 조장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권 대변인은 "우리당은 이번 세무사찰의 적법성과 추진의 타당성 여부를 전문가를 통해 검증하고 재경위, 문광위 등 관련 상임위에서 국정조사에 버금가도록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광위 소속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이번 조사결과는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이후 진행돼 온 언론목조르기 정책의 결정판"이라며 "심각한 레임덕 상태에 빠진 김대중 대통령이 이제 민주주의의 존립 기반인 언론자유까지 말살해가면서 정권 재창출 위한 여론조작에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국세청의 발표대로라면 1개 언론사에 대해 평균 200억원 이상이 추징돼 언론사 경영과 존립자체가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며 "이런 무리한 언론말살 정책은결코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며 국민저항을 통한 국가적 위기사태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재경위 소속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이번 세무조사가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서 무리하게 진행됐는지 아닌지를 명확히 하려면 조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오는 25일 열리는 재경위의 국세청 현안보고에서 안정남(安正男) 국세청장을 상대로 강도높은 추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민련 = 세금을 탈루한 언론사의 자성을 촉구하면서 언론사별 구체적인 추징내역 공개를 촉구하는 등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를 보고 일부 언론에 실망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많은 국민들은 일부 언론들이 공기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오히려 이를 악용, 치부의 수단으로 삼았다는데 분노하고 있다"고 언론사의 자성과 성찰을 촉구했다. 변 대변인은 또 "언론사별 구체적인 비리내역을 국민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전 언론이 비리의 온상으로 매도당할 우려가 있고 세무조사 결과를 놓고 '언론길들이기'나 '언론탄압'에 악용할 것이란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인 조복래 맹찬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