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과학자들이 고안한 이동전화 마스트 시스템이 수십억달러짜리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를 폐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텔레그래프지(紙)가 12일 보도했다. 영국 햄프셔에 있는 로크 매너 연구소의 피터 로이드 박사팀이 개발한 이동전화마스트시스템은 기존 레이더로 보이지 않는 비행기를 쉽게 탐지, 추적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최소 14억 파운드가 나가는 스텔스 항공기는 특별 페인트로 도장, 레이더망 전파를 흡수해 적의 레이더를 교란시킨다. 전통적인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는 이같은 역할 때문에 F117, B1, B2 같은 스텔스 전투기 및 폭격기는 걸프전과 코소보전쟁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로크 매너 과학자들은 이동전화 마스트들 사이에서 보내지는 전화 소리가 스텔스 항공기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지국 사이에서 튀어다니는 이동전화의 소리는 전파의 차폐막을 형성하며, 항공기가 이 차폐막을 통과 비행할 때 신호의 위상패턴을 교란시킨다. 로크 매너 연구소가 개발한 시스템은 TV 안테나처럼 생긴 수신기를 이용, 이 신호의 이상을 탐지하게 된다. 지프 비슷한 랜드로버 차 한 대 안에 전장을 커버할 수 있을 만큼 큰 안테나 망을 설치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했다. 이 안테나 망에 연결된 랩톱을 이용, 병사들은 스텔스 항공기의 위치를 10m의 오차범위 내에서 집어낼 수 있다. 프로젝트팀장인 로이드는 "10만 파운드짜리 이동전화 기술이 개발비로 600억 파운드나 든 스텔스시스템을 이겼다"면서 "극비사안이므로 상세히 논평할 수 없지만 미군이 매우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레이더망은 종종 폭탄이나 미사일 한 방으로 파괴되지만, 국가 전체를 폭파하지 않고는 이동전화망을 망가뜨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자랑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