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올해 경기전망 수정작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경기의 회복 지연으로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경기는 부진하지만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의 시나리오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예측의 기본전제인 환율 수출 물가 등도 모두 어긋난 상태다. 가뭄에다 통상압력까지 겹쳤다. 정부는 올 경제성장률을 4∼5%로 종전보다 1%포인트 가량 낮춰 잡을 움직임이다. 그러나 상반기 내내 말(경기논란)만 많고 행동(경기부양)이 없는 'NATO(No Action,Talking Only)'식 경기대응이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 시간만 허송 =진념 부총리는 지난 3,4월초 경기부진속에 환율·물가 불안이 고조되자 주변여건을 지켜본뒤 6월중 거시지표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경제의 경(硬)착륙 우려속에 경기부양 논의도 활발했다. 감세 재정확대 금리인하 등 경기해법을 놓고 정부 한은 연구기관 등이 논란을 빚기도 했다. 5월들어 미국 경기가 호전신호를 보이자 경기낙관론이 부양론을 대체했다. 그러나 산업생산 부진, 수출 석달째 감소, 미국 1.4분기 성장률 부진(1.3%) 등이 확인되면서 혼란에 빠졌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4,5월중 '물가불안, 금리인하 불가'에서 이달엔 '경기부진 지속시 금리 신축운용'으로 물러섰다. 경기가 이대로라면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뒤늦게 시사한 것이다. ◇ 조정폭은 예상범위내 =재정경제부는 오는 20일까지 한은 KDI(한국개발연구원) 등의 하반기 전망을 받아본뒤 이달말 경제종합대책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재경부는 대략 △성장률 4∼5% △경상수지 흑자 1백억∼1백10억달러 △물가 상승률 4%이내 등으로 보고 있다. 한은도 물가상승률(4% 안팎)에서 이견이 있지만 대체로 재경부와 비슷한 입장이다. 미국경기가 하반기부턴 'U'자형 회복곡선을 그릴 것으로 봤는데 현재로선 오는 9,10월께나 되살아날 전망이기 때문. 한은 관계자는 "대미수출 의존도가 워낙 높아 미국이 회복되는 시점에나 국내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은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이미 한달여전에 앞다퉈 훑고 지나간 것이다. 금리 환율 주가에도 반영된 상태다. 따라서 정부의 거시지표 조정은 요식행위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KDI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면서 "적극적인 경기대책이 필요했는데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