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퍼' 쇼크가 잘 나가던 월가를 흔들어 놓고 있다. 인터넷 장비메이커인 주니퍼네트웍스의 2분기 수익이 당초 예상의 3분의 1에 불과할 것이라는 발표로 기술주들이 위축되고 있는 것. 주니퍼의 예상수익 발표는 앞으로 3주간 계속될 기업 수익 발표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증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주요 기업들에서 긍정적인 수익발표가 나오지 않는다면 먹구름은 쉽게 가시지 않을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주 전체로 나스닥은 3.1% 상승했고 다우는 불과 0.1% 떨어지는 등 약보합세를 보였지만 주 후반에는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에너지 유틸리티 등이 조금 올랐으나 기술주의 급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니퍼는 인터넷서비스공급업체들의 주문 감소 때문에 주당 수익이 8∼9센트에 불과할 것이라고 발표한 금요일(8일) 하루 만에 무려 18% 하락한 주당 38.02달러로 주저앉았다. 이는 수익호전이 기대되던 다른 네트워킹장비업체들의 동반하락을 가져왔다. 핸드스프링이 이날 11% 떨어진 7.95달러로 내려갔고 시스코시스템스도 6% 하락한 20.49달러로 떨어졌다. '2분기 판매가 예상범위 안에 있고 하반기부터는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다소 희망섞인 발표가 있었던 인텔도 한주동안 1.97달러 오른 30.67달러를 기록했지만 후반에는 기세가 꺾이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난주초 미국증시는 강하게 출발했다. 인텔이 분위기를 좋게 만든 데다 늘어나는 증시 대기자금을 손에 쥐고 있는 머니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었다. 하반기에는 기술주들이 최악의 상황을 끝낼 것이란 기대에서다. 주후반 하락에도 불구하고 필라델피아증시의 반도체지수는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16개 종목이 모두 상승하며 9.6% 올랐을 정도였다. 데인 러우셔란 투자펀드의 투자전략가인 빌 바커는 "증시 주변에 자금이 몰리고 있어 주니퍼 쇼크만 없었으면 주가가 많이 올랐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분간 전망이 그리 밝은 편만은 아니다. 스타인로&판함 투자펀드의 포트폴리오매니저인 에릭 구스타프슨은 "예상보다 낮은 수익을 발표한 주니퍼처럼 앞으로 기업들의 수익발표가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6월 수익발표시즌이 지나야 어느정도 불확실성이 제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1분기 생산성증가율이 1.2%로 지난 93년 이후 가장 낮았다는 발표 등 지난주에 있었던 신통치 않은 경제지표들도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5월 소매동향(13일) 생산자물가(14일) 소비자물가 산업생산, 6월 첫 주 실업수당청구현황(15일) 등 이번주에도 굵직한 경제통계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