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선물이 장 막판 ''세력개입설''이 무성한 가운데 매수집결 속에서 상승 마감했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이레만에 조정을 보이는 등 미국 주가의 단기 상승에 따른 조정 속에서 하락갭 개장 이후 5일 이동평균선이 지켜지는 수준의 조정으로 마감되는가 했더니 한시간만에 개인매수에 외국인 추격 매수가 달라붙으며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일단 5일선 지지가 굳어지며 상승추세가 이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매도압력이 둔해진 기회를 이용해 투기성 매수가 강하게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장막판에는 이른바 ''남도 J세력''에 ''홍콩물고기'' 등의 세력이름이 거론되며 ''세력 개입설''이 돌았으며, 외인을 가장한 ''검은머리''라는 얘기와 함께 홍콩물고기보다 더 큰 ''뭔가''가 새로 들어왔다는 얘기도 돌았다.

투기성이 심한 선물시장에서 세력 루머라는 게 확인되기 쉽지 않지만 그와 함께 그 ''실체''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외국인의 현물 순매수가 대량 유입되며 종합지수가 600선을 돌파한 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하루 6,000계약 이상 두드러지게 신규매수를 유입시키며 나흘째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그 하나의 단서이다.

지난 4월중 선물시장에서 시장베이시스가 지속적인 콘탱고 상황을 보였을 때도 외국인은 하루사고 하루팔고 하는 ''징검다리식'' 뒤집기 투기매매에 국한했었다.

그러던 것이 5월 들어서는 확연하게 장 상승을 겨냥한 ''포지션 트레이딩''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포지션이 전날까지 1만2,000계약 쌓여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는 데도 이날 외국인의 신규매수와 순매수 행진은 이어졌다.

선물시장의 한 관계자는 "종합지수가 600선 돌파의 근거인 구조조정 관련 재료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받쳐주며 외국인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전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렇게까지 매수를 유지한 것은 예상밖"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의 신규 매수포지션 증가를 볼 때 6월 선물 만기때까지 끌고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무래도 신용등급 상향설이나 AIG 외자유치건 등 매수 이면에 뭔가 실체적 배경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시장의 또다른 관계자는 "매도를 때릴 세력이 없고 외국인이 매수하면서 5일선도 지켜진 뒤 개인이 매수를 선점하고 나서 외국인이 따라붙었다"며 "외국인이 이날 선물 매수와는 달리 옵션시장에서 콜옵션을 팔고 풋을 사는 양상이어서 급히 개인세력에 편승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24일 코스피선물시장에서 6월물은 전날보다 0.10포인트, 0.13% 오른 78.10으로 마감, 지난 17일 이래 엿새째 상승행진을 이었다.

6월물은 미국 증시 하락 소식으로 전날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76.85의 갭하락 속에서 출발한 뒤 76.60까지 떨어지며 5일선 이탈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순매도를 거두고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매수세에 안정심리를 줬고 이후 매수규모를 확대하면서 낙폭을 줄여 77대 안팎에서 등락했다. 이후 2시 10분을 넘기면서 개인 매수가 급격히 집중됐고 외국인 매수도 추가돼 장마감 낙폭을 추가로 줄인 뒤 상승 전환하며 마쳤다.

특히 장중 시장베이시스가 콘탱고를 유지하며서 프로그램 매수가 매도를 앞서 나갔으나 장후반에 급격히 낙폭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콘탱고가 확대되면서 매수규모가 커졌다. 종가기준 시장베이시스는 콘탱고가 확대되며 0.44로 마쳤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의 차입금 지급보증 방침에 따라 하락장에서도 내내 상승세를 유지했던 한국전력이 상승폭을 넓히고 SK텔레콤이 상승 전환하는 등 대형주의 낙폭을 줄여 종합지수가 62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전날 연중최고치에 도달했던 삼성전자는 3% 이상 급락했다.

이날 프로그램 매수는 차익 585억원, 비차익 855억원 등 1,440억원이 장에 대거 유입됐다. 매도는 차익 110억원, 비차익 350억원 등 460억원이 출회됐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이 거래소에서 순매도를 보였으나 기관들이 조정시 매수 관점을 유지하면서 외국인 선물 매수장세에 대응했다"며 "투신사 등에 증시자금 유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나 추세 이탈전에는 매수관점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거래량은 8만4,455계약으로 전날 11만2,000계약보다 약 3만계약 가량 줄었고 거래대금도 3조2,638억원으로 감소했다. 미결약정은 장막판 활발한 거래로 증가, 5만3,636계약으로 전날보다 4,459계약이 늘었다.

외국인은 신규매수 6,400여계약을 앞세워 2,100계약을 순매수했고, 개인도 매도에서 매수전환해 1,490계약을 순매수했다. 반면 투신이 2,100계약 순매도했고, 증권도 430계약을 순매도했다.

시장관계자들은 미국시장이 한꺼번에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최근 잇따른 금리인하 이후 상승쪽에 무게를 두고 있고 국제자금도 미국으로 향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어 장세가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다우지수나 나스닥지수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최근 상승에 대한 숨고르기 차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내 달러/원 환율이나 금리사정도 하향 추세로 나쁘지 않아 외국인에 긍정적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국내 시장이 전고점 돌파 무산, 거래량 축소 등으로 단기 조정을 보이는 시점에서 투기성 매매까지 가세된 점을 고려할 때 미국시장의 조정 모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다우지수는 11,000선, 나스닥지수는 2,200선이 지지되는 것을 확인하라는 얘기다.

증시 관계자는 "아직 추세상 매도신호는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아 현재의 매수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나 단기적으로 조정을 맞으면서 일부에서 가시화된 게 없지 않느냐는 회의론이 나오고 미국시장의 흐름을 매도타이밍으로 잡으려는 시각도 있어 주후반 미국 경제지표 등에 따른 시장반응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24일 주간 실업수당 신규신청건과 신규주택판매동향이 발표된 뒤 25일에는 1/4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와 디플레이터, 4월 내구재 주문 동향, 4월 기존주택 매매, 5월 미시건대학 소비자신뢰지수 등을 쏟아낸다. 주말을 쉬고 다음주 월요일인 28일은 추모의 날로 공휴일이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