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골프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한장상 프로(61).

한프로는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73년 미국 마스터스대회에 참가하고 60년대와 70년대초 국내 대회를 거의 휩쓰는 등 한국골프수준을 한단계 높여온 골프계의 산증인입니다.

한 프로가 60~70년대 정.재계 유명인사와 라운드를 하면서 겪은 뒷얘기 "한장상의 골프비사(秘史)"를 매주 목요일자에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내가 처음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알게 된 것은 5·16이 있고 난 뒤 1년쯤 지난 1962년 5월이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최고회의 의장 직함을 갖고 있었다.

그때 나는 지금 어린이대공원이 위치한 서울 군자동 서울컨트리클럽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루는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김종호씨가 나를 불렀다.

김 총장은 나에게 골프를 배우면서 서울CC를 자주 찾던 분이었다.

김 총장의 핸디캡은 보기플레이어 수준이었다.

김 총장은 나에게 "각하께서 골프를 시작하시려고 하는데 지도를 좀 해줘야겠다"고 말했다.

나는 59년에 프로(당시에는 ''골프양성자''라고 불렀다)가 돼 이듬해 한국 PGA선수권에서 우승해 두각을 나타냈었다.

62년 3월 군에 입대했는데 골프를 잘 친다는 이유로 육군본부에 이름만 올려 놓고 서울CC에서 살다시피했다.

그러니까 김 총장은 논산훈련소를 끝마치고 육군본부에 배속되자마자 나에게 박 전 대통령의 골프레슨을 주문한 것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장충동 국회의장 공관을 최고회의 의장 공관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었다.

김 총장의 지시를 받은 나는 일단 공관에 실내연습장을 만들어야 했다.

마당에 길이 15m,폭 10m되는 간이연습장을 만들기로 하고 종로5가에 가서 목재들을 구입했다.

그런 뒤 목수들과 함께 목재를 리어카에 싣고 공관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정문에 있던 헌병들이 제지했다.

그들은 상부에 무슨 연락을 취하더니 들여보내줬다.

아마 목수들은 거기에 무엇을 만드는지도 모르고 작업했을 것이다.

구조물을 세우고 망을 치고 고무판을 놓고….

한 10여일 공사를 마치고 김 총장에게 보고했다.

6월 초 박 전 대통령이 김 총장과 함께 연습장으로 찾아왔다.

나는 군인의 신분이었지만 머리를 기르라고 해서 어느 정도 기른 채 만났다.

처음에 그립 잡는 요령과 스탠스 취하는 방법,기초 스윙을 가르쳤다.

그랬더니 박 전 대통령은 "이렇게 내가 얼마나 하면 되겠소?"라고 대뜸 물었다.

나는 "각하,바쁘시니까 시간 날 때마다 1주일에 3회 정도만 하시면 3개월 후 필드에 나가시는 데 지장이 없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아,그래요.날 열심히 가르쳐 주시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나를 ''한 코치''라고 불렀다.

박 전 대통령은 운동신경이 꽤 있었다.

볼을 쉽게 맞히곤 했다.

그래도 잘 안되면 박 전 대통령은 "쉽지는 않구만.가만히 있는 볼을 왜 이렇게 맞히기 힘드냐"고 말하곤 했다.

박 전 대통령의 골프채는 ''스팔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리=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