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영원한 마이너리그 영역인가.

각광받는 첨단 벤처기업이나 정·재계로 통하는 사회과학 분야도 아닌,인기없는 느림뱅이인 학문이 광속(光速)의 시대에 기여할 덕목은 무엇인가.

연세대 문과대 교수 30명이 ''인문학@미래를 여는 길''(전통과현대,8천원)을 펴냈다.

이 책은 암울한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낸 선배 인문학도들의 체험기이면서 격조있는 사색의 산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져도 정신의 기둥은 흐트러져선 안된다는 게 필자들의 논지.

이들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인문학이야말로 갈수록 혼탁해지는 사회에서 꼭 필요한 ''죽비''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신문사 해직기자 출신인 최유찬(국어국문학) 교수는 "풍족하지 못한 생활을 할지라도 제대로 사람노릇을 하는 존재,정신의 온전한 인격이기를 바라는 길을 배우는 게 인문학"이라고 강조한다.

중세 영문학 전공인 윤민우(영어영문학) 교수는 문화생산 분야에서 현대와 중세의 유사성을 밝히고 "인문학의 상상력과 창조력은 영화 애니메이션 같은 문화상품 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등 첨단기술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문학을 통해 서양문명의 줄기를 읽어온 홍종화(불어불문학) 교수는 "나 아닌 사람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프랑스 정신의 핵심"이라며 "삶의 질이 가장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일러준다.

김민식(심리학) 교수는 "심리학은 문과적 속성과 이공계적 속성을 지닌 복합학문이며 인지과학이나 뇌과학 뿐만 아니라 인간친화적인 사회환경을 구축하는 역할까지 한다"고 소개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