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성 베스트셀러작가 요시모토 바나나(37)의 장편소설 ''암리타''(amurita·민음사)가 번역 출간됐다.

사랑하는 여동생을 잃은 상실감을 이겨내고 새롭게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

암리타는 인도신화의 신(神)들이 마셨던 영생의 물.

뭇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암리타는 존재하며 스스로 그것을 발견할 때 자기완성으로 나아간다는 의미가 작품속에 담겨있다.

작중화자인 나(사쿠미)는 재혼했다가 이혼한 어머니,배다른 남동생,어머니의 친구,사촌동생 등 ''찌그러진'' 가족과 함께 산다.

어느날 나는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구른 뒤 과거의 기억을 잊는다.

이후 나는 여동생의 연인이었던 류이치로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고 여행을 하며 또 타인들과 만나면서 차츰 정체성을 찾아간다.

때때로 출몰하는 여동생에 관한 기억은 나의 정체성을 찾도록 인도해 주는 길잡이 노릇을 한다.

예쁜 얼굴로 배우가 됐던 여동생은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은퇴를 선언한 후 자살하고 말았다.

그에 대한 추억들이 점차 또렷해지면서 뒤늦은 사랑과 소중한 가족애가 절실해진다.

이 작품에 극적인 요소는 적지만 일상에서 그때그때 나타나는 화자의 미묘한 감정들이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려져 있다.

만화영화와 카세트테이프의 유행가 등 대중문화가 소재로 자주 등장해 독자들로부터 쉽게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 작품은 일본 문학전통인 엄숙주의와는 대척점에 있다 싶을 정도로 경쾌하다.

"소설을 통해 한 편의 영화를 보거나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와 같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면…"이라는 게 작가의 글쓰기 출발점이다.

그의 소설 ''키친'' 등은 세계 30여개국에서 번역되면서 ''하루키 현상''과 비견되는 ''바나나 현상''이란 유행어까지 만들어 냈다.

필명 바나나는 무국적을 지향하고픈 작가의 소망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