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삼 금강기획 사장은 "당신의 어려움을 절대 남에게 보이는 적이 없었다"며 "힘든 일에 부딪힐 때마다 생각하며 새로운 힘을 얻었던 아버님과 같은 분이셨다"고 말했다.

또 "91년 정 명예회장을 모시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했을 때 연해주를 굽어보며 "한때 우리민족이었던 고구려의 영도였던 만큼 우리가 발판을 잡아야 할 땅"이라고 말했는데 너무나 안타깝다"며 비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날 오전 빈소를 다녀온 채 사장은 "발인때까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함께 할 계획"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심현영 현대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대표는 "정 명예회장은 발이 워낙 커 신발을 맞춰 신었다"며 "그 당당했던 풍채를 더 이상 뵐 수 없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73년 겨울 어느 새벽에 직접 차를 몰고 현대조선소를 순찰하다 수심이 10m가 넘는 물엉덩이에 빠졌는데 직접 차문을 박차고 헤엄쳐서 나올 정도로 강철같은 분이셨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63년 현대건설에 공채 1기로 입사해 정 명예회장과 함께 건설현장을 누볐던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고 나라발전을 이루자며 해외를 누비시던 모습을 이제 영정으로 밖에 뵐 수 없어 너무나 비통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명박 전의원은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이명박 전 의원은 분향을 끝낸 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너무 큰 사람인데,한국경제도 어려울 때 돌아가시니까 너무 아쉽다"며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갔다 왔을 때 뵈었는데 옛날 소련 갔다 온 얘기 했었다"고 회고하고 "건강해서 소련 한번 가자고 했는데..."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76년 현대건설에 입사했을때부터 20년간 정 명예회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해온 이병규 현대백화점 사장은 "지금은 얘기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며 답답한 심경을 침묵으로 대신했다.

이전갑 기아자동차 부사장은 "건물 지을 때도 잉여자재를 쓰도록 했고 비서실에서도 이면지를 사용하도로 할 정도로 검소한 분이셨다"고 말했다.

또 "예전에 점심시간이 되면 사모님이 회사로 직접 오셔서 고기를 구워 나눠주시곤 했을 정도로 직원들을 따뜻하게 대해주셨다"고 회고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