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낙관론은 거의 사라지고 점점 잿빛 전망만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전문가인 다카하시 조센(61) 미쓰비시종합연구소 고문은 4일 "일본 경제의 성장신화는 막을 내렸다"고 단언했다.

이어 "올해가 1990년대 초반 이후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며 "일본 경제의 앞길엔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첩첩이 쌓여 있다"고 지적했다.

''2001년 일본 경제는 버블 이후 최악의 해가 된다''는 책으로 일본 서점가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그를 긴급히 만나 일본 경제의 현상과 전망에 대해 들었다.

-저서에서 올해 일본 경제가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경제의 문제점은 버블(거품)경제가 무너진 후 지금까지 거의 달라진 게 없다.

계속해서 근본적인 치료를 미뤄왔을 뿐이다.

일찌감치 곪은 곳이 터졌어야 하는데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가 고성장을 지속한 덕에 일본 경제도 반사효과를 누려 급작스런 몰락을 면했을 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일본 경제가 버블이 꺼지고 난 1990년대 초반 이후 가장 힘든 시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원인은 크게 보아 두가지다.

해외 요인과 내부적 원인이다.

해외 요인은 작년 가을부터 부쩍 두드러진 미국 경제의 감속현상이 가장 큰 악재다.

경착륙을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경기후퇴는 불가피할 것이다.

내부적으로 일본은 재정이 바닥나 공공투자사업에 힘을 쏟기가 어려워진 데다 금융면에서도 초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해온 까닭에 금리가 정책수단으로서의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버블경제 후 이같은 악재들을 한꺼번에 만나게 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은 그래도 세계 최강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저서에서 제조업 수익이 호전된다 해도 일본 경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왜 그런가.

"일본 기업들은 작년 상반기에 실적이 호전됐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수입도 줄고 이익도 감소하는 ''감수 감익''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증거는 일본은행의 단기경기관측 통계에도 나타난다.

일본 기업들은 조달 원가는 올라가는데 수요부진과 경쟁격화로 제품가격은 떨어지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박리다매 효과는 몰라도 전체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의 개인소비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소비심리가 회복돼도 개인소비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소비심리가 살아난다 해도 우선 쓸 돈이 과거보다 줄었다.

기업들이 조업을 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잔업이 줄면 수당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경제환경이 나빠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니 통장에서 돈을 빼 쓰기도 어렵다.

가전제품 등 어지간한 물건은 모두 가지고 있어 소비자들이 사고 싶어하는 물건들이 많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

-기업 도산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강한데.

"대량도산의 신호는 주식시장에도 있다.

주가가 크게 떨어져 은행들은 적어도 작년 3월말 결산때보다 35% 이상의 주식 평가손을 보게 돼 있다.

작년 3월말엔 닛케이평균주가가 2만엔선이었는데 이달말에는 1만2천~1만3천엔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적자결산이 불가피한 데다 내년부터 페이 오프( Pay Off·예금자보호장치의 일종)동결 해제로 고객들의 은행감시가 엄해져 돈줄을 바짝 조일 수밖에 없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