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신칸센 열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걸리는 미야기현에서는 20일 저녁부터 지역 민방 TV에 눈길을 끄는 CF 한편이 등장했다.

자민당 미야기현 지부가 당 홍보를 위해 제작한 CF였다.

그러나 내용이 일반인들의 선입견과는 영 달랐다.

광고에는 평범한 주부가 주방 일을 하던 중 전화를 받는 모습이 비쳐졌다.

광고에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은 모델의 대사였다.

"좋아, 그럼 됐어, 참는 것도 이젠 한계를 넘어섰단 말이야"

이 말 직후 화면에서는 "삐…" 하는 전화음이 한동안 흘러 나왔다.

지난 1월 중순에 제작된 이 광고물에서 "삐…" 소리의 전화음은 원래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 부분은 본디 "차라리 내가 총리를 하는 편이 더 낫겠어"라는 말이 들어 있었다.

보통 주부로 분장한 모델이 "정치가 하도 한심하니 내가 국정을 맡는게 낫겠다"고 푸념하는 식의 광고였던 것이다.

이 CF는 방영 전부터 일본 정가에서 화제의 대상이었다.

자민당 미야기현 지부는 지난해 중의원선거에서 야당에 형편없이 깨진데 이어 올 여름 참의원선거에서도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판단되자 이 광고를 만들었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읽고 있으니 한 표를 부탁한다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하지만 당 수뇌부가 ''불쾌하다''는 반응을 전하자 대사를 전화음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집권여당 내부에서는 내각 지지도가 급락하고 모리 요시로 총리가 실정으로 벼랑에 몰리자 총리교체론이 대세로 굳어졌다.

그러나 모리 총리는 총리직을 계속 맡을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여당은 총리직 적임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끙끙 앓고 있다.

미야기현 지부가 "민심을 위해서는 어쩔수 없다"며 당총재에게 펀치를 먹이려 한 것 자체가 집권 여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거울이나 다름없다.

일본 언론과 이코노미스트들은 주가하락과 소비부진의 큰 원인중 하나로 정치를 꼽아 왔다.

정치가 중심을 못잡고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당이 실정을 거듭하면 경제도 건강할 수 없다는 것을 일본은 실례로 보여주는 셈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