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북제주군 조천읍의 수성산방(樹聲山房).

멀리 한라산을 건너다보며 자리잡은 이곳에 들어서자 아낙네들의 구성진 민요가락이 50여평의 산방에 가득하다.

전통민요에 문외한이라도 흥겨운 가락에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EBS 라디오(104.5㎒) ''우리가락 노랫가락''(오후 2시)이 매주 수요일 방송하는 ''임동창의 풍류방''의 제주도편 공개방송현장이다.

삼삼오오 모여 가락을 메기고 받는 아낙들 앞에서 까까머리 임동창의 사설이 한창이다.

"전 음악을 듣자마자 느낌으로 분석하는 스타일인데요.

제주민요에서는 무속음의 원시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같아요"

''임동창의 풍류방''은 전국 각지의 전통민요를 발굴해 현지 국악인들과 어우러지는 한마당.

대학에서 서양음악을 전공한 임씨에게는 살아있는 국악의 배움터다.

그는 "뿌리깊은 전통이 너무 맛있다"며 "전통음악에 대한 이해없이 백날 서양음악 붙들고 있어 봤자 새로운 게 나올 수 없다"고 단언한다.

직접 경험으로 체득한 그의 지론이다.

"오롯한 내 소리를 만들어보기 위해 4개월동안 4시간씩 자며 작곡에 매달렸지만 음표하나 그리지 못하는 고생끝에 비로소 국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어요"

이날도 제주민요 기능보유자인 김태매(77)할머니의 ''해녀 노젓는 소리''에서 뭍의 민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돌림노래(카논)형태를 발견하고서는 아이처럼 좋아하는 표정이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도 유명한 임동창의 음악은 편안하다.

고루하게 느껴지던 민요도 그에게 빨려들어가면 재즈나 힙합 못지 않게 친숙한 가락으로 뽑혀나온다.

국악과 양악을 넘나드는 임씨만의 해석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때문에 장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없지않다.

그는 "음악은 연주자나 작곡가의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것"이라며 그런 지적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는 표정이다.

임동창은 지난 3년여 동안 ''풍류방''을 통해 전국 최고의 명인명창들과 교류를 트고 국악을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을 가장 큰 자산으로 꼽는다.

오는 3월 방송을 끝낸 후 당분간 작곡에 전념하기 위해 산속으로 들어간다.

그는 여기서 정읍사에 뿌리를 둔 궁중음악 ''수제천''을 해체해 피아노 독주와 협주곡 등으로 재창조하는 거대한 실험을 한다.

''임동창의 풍류방'' 제주도편은 오는 2월7일부터 4회에 걸쳐 방송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