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컴퓨터를 만들어 파는 회사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먼저 정보.지식경영을 실현해 중국기업에 정보화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그게 렌샹(聯想)컴퓨터의 사회적 기능이다"

렌샹컴퓨터는 연산 2백만대의 각종 컴퓨터를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 14개 지역본부를 두고 있는 중국 최대의 컴퓨터회사.

30대 중반의 양위안칭(楊元慶) 렌샹컴퓨터총재(사장겸 CEO)는 "기업의 사회적 기능"을 유달리 강조했다.

그가 중국에서 왜 "토종 IT(정보기술)인"이라는 별칭을 듣고 있는지 이해가 갔다.

양 총재는 "오늘의 성과에 만족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기술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루 25시간을 뛴다"는 그의 일정을 비집고 인터뷰를 가졌다.

[ 만난 사람 = 한우덕 베이징 특파원 ]

---------------------------------------------------------------

- 롄샹은 연속 4년째 중국 및 아시아.태평양지역(일본 제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IBM 컴팩 등 굴지의 외국 메이커를 물리친 롄샹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가.

◆ 양 총재 =중국시장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컴퓨터 응용수준이 떨어진다.

당연히 조작이 간단한 컴퓨터를 찾게 된다.

미국 메이커들은 미국인들 기준에 맞춘 컴퓨터를 중국에 그대로 공급했다.

반면 롄샹은 컴맹 중국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실용적인 컴퓨터로 승부를 걸었고, 그게 적중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작년(2000년)에 출시한 톈시(天禧)컴퓨터는 인텔이 제정한 이노베이션상을 탔다.

이 상을 탄 업체는 롄샹을 비롯해 IBM 대우 등 3개뿐이다.

결국 기술적인 기반을 다져 놓고 그 위에서 중국시장의 특성을 공략한게 롄샹의 성공원인이었다.

- 광활한 중국시장에서는 유통이 중요한 요소다.

롄샹은 어떤 방식으로 컴퓨터를 전국에 보급하고 있는가.

◆ 양 총재 =전국 3천여 곳에 깔린 대리점을 통해 유통망을 장악한 게 시장점유율을 높인 비결이었다.

대리점 위에는 전국 32개 도시에 퍼져 있는 3백여개의 ''1+1 전매점''이 있다.

''1+1 전매점''은 상품 가격 관리 서비스 등의 측면에서 완벽한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수 있었다.

지난 94년 롄샹컴퓨터가 롄샹그룹내에서 독립 법인으로 설립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전국을 돌며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 롄샹의 성공을 기업문화에서 찾으려는 분석이 있다.

◆ 양 총재 =롄샹은 젊은 고급두뇌로 이뤄진 기업이다.

롄샹 종업원의 평균 연령은 27.82세다.

나는 37세로 이제 늙은 층에 속한다.

학력으로는 대학 본과생 이상이 72%를 차지한다.

전문대학까지 합치면 고학력자가 88%로 높아진다.

석.박사 인력이 14%다.

개인적으로 ''나무 물통'' 이론을 중시한다.

나무판으로 만든 물통이 담을수 있는 물의 양은 가장 낮은 나무판에 의해 결정된다.

구성원의 역량을 고루 발전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종업원 개인이 자기의 능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자는게 롄샹의 기업문화다.

- 롄샹은 흔히 21세기 중국기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기업이라고 말한다.

◆ 양 총재 =기업철학과 관련된 문제다.

롄샹은 중국기업의 정보화 모델을 구축해 가고 있다.

롄샹은 현재 재무 회계 재고 조달 등의 경영활동을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으로 처리하고 있다.

부품업체와 소비자와는 B to B, B to C 등 인터넷비즈니스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99년 이미 컴퓨터로 주문을 받고 처리하는 용량이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전체 주문의 90% 이상을 컴퓨터가 처리하고 있다.

서방의 시각으로 보면 이는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ERP의 개념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에서는 획기적인 것이다.

롄샹은 중국기업에 정보화의 모델을 제시해 주고, 정보화를 선도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롄샹의 시스템을 연구하고 배워간다.

컴퓨터를 몇 대 더 팔고 시장점유율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 2001년 롄샹은 어떤 발전전략을 세우고 있는가.

◆ 양 총재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중국기업들의 정보화 추진을 돕기 위해 e비즈니스 토털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하드웨어 제품과 소프트웨어 제품을 개발해 고객에게 공급하는 기존 사업의 연장이다.

최근 선보인 싱푸(幸福)리눅스는 롄샹 소프트웨어의 대표주자다.

또 다른 하나는 전자상거래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소비자와 직접 교류하는 것이다.

우선 재무와 교육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이를 위한 기본 준비를 마쳤다.

재무분야 사업을 위해 중국 최고 사이버 주식거래 업체인 잉스퉁(瀛時通.www.yestock.com)을 매입했고, 포털사이트인 FM365(www.fm365.com)를 설립했다.

FM365 사이트를 통해 원격교육 등 교육비즈니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 중국은 올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WTO 가입이 중국 컴퓨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 양 총재 =중국 컴퓨터시장은 이미 90년대초에 WTO에 가입한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에도 롄샹을 비롯해 일부 PC업체가 중국에 있었다.

그러나 IBM 컴팩 등의 외국업체가 들어오면서 90년대 중반 한때 60∼70%의 시장을 이들 외국업체에 내줘야 했다.

중국업체중 일부는 도태되고 일부는 살아남아 외국업체와 경쟁했다.

롄샹이 앞장섰고 팡정(方正) 창청(長城) 등이 경쟁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시장탈환에 나섰다.

결과는 ''민족 PC업체''의 승리였다.

지금 중국 컴퓨터시장의 54.3%는 이들 중국업체의 몫이다.

이는 곧 중국 컴퓨터업계가 이미 WTO라는 전면개방을 경험했고, 외국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WTO 가입은 중국기업에 더 큰 성장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 중국기업 역시 정보화시대에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중국기업의 정보화는 어떤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는가.

◆ 양 총재 =4단계를 거쳐 발전하고 있다.

기본 정보망구축, 사무자동화, 경영정보화, 전자상거래를 통한 직접적인 고객접촉 등이 그것이다.

일부 중국의 앞선 기업들이 이같은 단계를 밟으며 발전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직 미흡하다.

특히 ERP CRM(고객관리) 등의 시스템이 요구되는 경영정보화 단계에 와있는 기업은 드물다.

그렇다고 중국 기업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 기업들이 정보화를 경영혁신의 최우선에 두고 있으며, 이 분야에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WTO 가입은 기업정보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시작된 세계 IT업계의 위축은 중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양 총재 =최근 IT업계 상황은 오프라인(off-line)의 기반이 없는 온라인(on-line) 비즈니스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터넷은 결국 목적이 아닌 수단이나 도구였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중국의 경우 아직 IT비즈니스가 확장기에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품붕괴는 없을 것으로 본다.

초기 제품의 성공에 안주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 롄샹 경영에 영향을 준 기업들이 있다면.

◆ 양 총재 =미국 휴렛팩커드(HP)와 손잡고 2년여 동안 CAD(컴퓨터이용디자인) 관련 제품 대리점업무를 했었다.

이때 HP로부터 ''기업을 젊게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또 시장조성 방법, 유통관리, 조직관리 등도 익혔다.

류촨즈(柳傳誌) 롄샹그룹총재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류 총재는 8년전 30세도 안된 나에게 컴퓨터사업을 맡기는 등 나의 능력을 인정하고 키워줬다.

- 롄샹은 모니터 LCD 응용소프트웨어 등 많은 분야에서 한국제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기업과의 비즈니스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 양 총재 =지난해 이뤄진 한컴리눅스 박상현 사장과의 만남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중국기업이 가지고 있지 않는 리눅스용 중국어판 워드와 오피스 제품을 개발, 나를 찾아왔다.

한컴리눅스의 워드 및 오피스 제품은 서방국가의 어느 나라 제품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었다.

중국어의 특성이 모두 살아났다.

감탄했다.

결국 우리는 싱푸리눅스에 한컴리눅스 제품을 번들로 제공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모니터 CPU 등의 분야에서 한국기업과 폭넓게 교류하고 있다.

한국과의 기술협력은 아주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중국 컴퓨터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많은 한국 IT업체들이 중국으로 와 서로의 가치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