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조직 개편시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린 20일 관련 기관들이 ''우리의 입장''이라는 두툼한 보도자료를 일제히 발표했다.

보도자료를 안 낸 곳은 관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보내왔다.

관련 당사자인 금융감독원과 금융감독위원회,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예금보험공사등의 의견은 ''백인백색,백가쟁명''을 연상케 했다.

감독조직개편은 신용금고 불법대출사건과 금감원 간부에 대한 잇따른 로비의혹에서 드러난 감독당국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다.

기획예산처가 전문가들을 동원해 만든 시안에 대해 기관별 직급별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며 상당수는 제시된 시안을 헐뜯기에 급급했다.

"금융감독의 중립성과 전문성이 훼손된다" "최종 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없다"

시안대로 되면 마치 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음성들이다.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는 시안을 만든 작업반이 현실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까지 했다.

이중 상당수는 자기의 자리나 담당업무를 먼저 의식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불과 3년 전 사상초유의 환란이 왜 발생했는지, 또다시 위기론 속에 20대의 젊은이가 잇달아 수천억원씩의 ''금융기관'' 자금을 지갑속 용돈 만지듯 마음대로 쓸 수 있었는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차제에 아예 제대로 고쳐(땅에 떨어진 감독당국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금감원 일부 실무자의 목소리나 "주어진 조사권한을 제대로 활용할 계기"라는 예금보험공사 관계자의 ''각오''에서 그나마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든다.

이날 공청회는 의견수렴을 위한 1라운드일 뿐이었다.

앞으로 정부의 차관(급)과 민간 전문가 10명이 모여 정부안을 확정하는 2라운드가 예정돼 있다.

2라운드에서 이들의 압력과 실력행사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IMF를 맞은 직후 지금의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만들기 위한 논의로 관계기간간에 마찰이 적지 않았다.

3년이 채 흐르지도 않았다.

허원순 경제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