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금고 업계 전체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동방금고 파문이 일어난지 한달여만에 터져나온 열린금고 사건은 가뜩이나 위축된 신용금고 업계를 "공멸(共滅)의 길"로 몰아넣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출자자 대출혐의가 있는 금고 3~4개를 연말까지 집중 검사할 방침이어서 폭풍전야의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검사 결과 동방 열린금고와 유사한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금고 업계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금고의 불법행위가 업계 전체의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예금인출 사태가 곳곳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신용금고들은 ''도미노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해 신규대출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실제 예금인출 사태가 업계 전체로 번질 경우 대책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고업계 전체 예금액의 50% 가량이 연말에 만기가 집중된 것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경우라도 연말까지 약 1조원의 유동성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금고연합회를 통한 긴급지원 가능액이 1천8백억원에 불과하므로 업계 신인도 하락으로 예금인출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개별 금고들은 사실상 대응능력이 없다"고 우려했다.

신용금고의 불법행위가 연이어 적발되면서 제3자 인수를 통한 경영정상화 역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열린금고 사건이 터진 지난 24일 1차 인수의향서접수를 마감한 신중앙 신충은 광주 등 3개 금고의 경우 인수희망자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최종 마감일인 25일 역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금고가 없어 결국 이들 3개 금고는 청산절차를 밟게 됐다.

따라서 열린금고를 포함해 현재 영업정지중인 14개 금고는 제3자 인수없이 앞으로 줄줄이 청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고업계는 불법행위가 드러난 금고에 대해서는 감독 당국이 신속하게 처리해 예금자들의 불신이 업계 전체로 퍼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열린금고만해도 지난해부터 수차례 출자자대출이 적발됐는데도 당국이 분명하게 매듭을 짓지 못하고 질질 끌어왔다"면서 "문제가 있는 금고는 즉시 강력한 징계를 내리고 미리 솎아내야 대다수 정상적인 금고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