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형제간 경영권 분쟁,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로 집약되는 현대그룹 사태.

이 와중에 가장 큰 성과를 얻은 계열사는 역시 현대중공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계열에서 분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재정적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고 이미지 손상도 없었다.

오히려 현대사태의 해결사로 주목받으면서 자사의 가치를 한껏을 끌어 올려놓았고 현대건설이 갖고 있던 자사의 지분 마저 매입함으로써 현대그룹과의 고리 하나를 끊어냈다.

현대상선을 제외하고는 현대계열사 가운데 중공업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가 없게 된 것.

여기에 덤으로 얻은 것은 현대그룹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 강화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현대상선을 제외하고는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중공업의 계열사 지분은 전자 7.01%,증권 3.24%,고려산업개발 29.57%,엘리베이터 2.14% 등이다.

특히 임시로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떠맡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종합상사의 지분을 현대중공업은 8.82%나 갖고 있다.

자사주펀드를 제외하고는 최대주주로 부상한 것이다.

또 대북사업의 주체인 현대아산지분은 19.8%나 갖고 있어 현대상선에 이어 2대 주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의 계열분리 정책이 발표된 이후 자동차와 함께 가장 먼저 떨어져 나갈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대중공업도 이를 가속화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그룹 사태는 오히려 현대중공업의 현대그룹에 대한 영향력 강화라는 결과로 귀결됐다.

막강한 자금력과 사실상의 오너인 정몽준 회장의 정치력 등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2001년 계열분리를 완성한다는 목표에는 변화가 없다.

쓰러져 가는 현대그룹의 경영권 장악보다는 계열분리를 통해 얻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고민은 계열분리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 지분팔아야 하지만 이를 받아줄 계열사가 없다는 것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