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일 < 보스턴컨설팅 서울 사무소 부사장 >

우리 나라의 금융계는 현재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금까지 우리 금융계는 시장원리에 따라 운영돼 왔다기보다는,정책과 제도의 보호막 아래 커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IMF(국제통화기금)위기를 계기로,그 대부분의 원칙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아마 세계적으로 우리와 같은 경제규모와 산업발전 정도를 갖춘 나라 가운데 이렇듯 강도 높은 금융권 구조조정 요구에 직면한 나라는 없다.

분명한 사실은 ''금융산업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시스템 아래서 과거와 같은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금융선진화를 위한 이론적인 모델은 이미 여러 차례 제시된 바 있다.

문제는 이런 모델을 단기에 강요하고 진행시켰을 때 그에 따르는 고통과 희생이 너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최근 금융권에 요구되는 변화들이 실질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선 분명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그 ''과정''이란,고통과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시도될 수 있는 다양한 변화의 시도,그리고 그와 같은 시도들이 갖는 한계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이 그것이다.

1차 금융 구조조정도 그렇고,2차 금융 구조조정 역시 그 과정의 하나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왜냐하면 경영이념,주주가치위주의 의사 결정,생산성,기존 부실채권과 잠재적 부실채권의 정리,자본금 충족 등 금융권 구조조정의 성공을 위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요소들이 이번 2차 금융 구조조정만으로 모두 충족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2차 금융권 구조조정안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금융산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궁극적으로 필요하게 될 ''자본 부족분''에 대한 공개가 미흡하다.

공적자금 투입규모는 알려졌지만,앞으로 얼마만큼의 부족분이 남게 될 것이라는 ''규모''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혹시 이것으로 부족분이 모두 채워진다는 인식을 가질 사람들이 있을까 우려된다.

기대 수준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또 다음에 진행될 단계가 수월하게 받아들여지고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합병 또는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구조조정에 대한 부분이다.

명확한 가치 창출의 명분을 갖고 합병을 하고 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러한 명분이 보이는 금융기관이 있기는 하나,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외형적으로만 변화를 주기 위한 개혁은 기대 효과와는 거리가 멀 것이다.

셋째,변화 정착의 구심점이 되는 인재와,그들의 역량 개발을 위한 투자 계획과 그 중요성에 대한 부각이 덜 된 것 같다.

새로운 원칙과 패러다임 하에 경영과 운영이 요구된다면,인재개발 역시 구조조정의 일부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2차 금융 구조조정''이라는 명칭은,자칫하면 하나의''이벤트''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

다시 말해 이 이벤트가 끝나면 문제가 그것으로 해결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며,그 인식은 성공적인 금융산업의 선진화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스터플랜이 제시되어 그 마스터플랜 하에서 이번 구조조정이 어느 위치와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지 모두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번 ''2차 금융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는 최대한의 경험과 교훈을 얻어야 한다.

아마 가까운 미래에 ''3차 금융 구조조정''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선진 금융 시스템이 우리 나라에 정착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긴 과정의 중도에 우리가 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조금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고통을 국민들이 이해하고,그것이 한층 높은 강도의 변화를 위한 발판이 된다면,2차 금융 구조조정의 의미와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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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

△남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펜실베이니아대 MBA
△보스턴 컨설팅 그룹 서울사무소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