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으로부터 자구계획을 사실상 거부당한 현대건설이 계열사 및 관계사들의 지원을 받아 회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우선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자금 여력이 충분한 회사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몽헌 회장이 관장하는 계열사들도 주주와 이사들의 반발을 우려해 지원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계열사 지원 실효성=현대는 3일 오전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갖고 현대가 제시한 추가자구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계열사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따라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들은 구체적 지원방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방법으로는 현대건설이 내놓은 부동산 또는 주식 매입,여유자금 지원,회사채 인수 및 지분 이동을 통한 건설 지원 등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또 정몽헌 회장이 갖고 있는 건설 및 전자 상선의 지분을 계열사 및 위성계열사들이 사주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사장단 회의가 현대건설 지원이라는 결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정몽헌 회장 계열의 회사 가운데 비교적 자금여력이 풍부한 현대상선 관계자는 "주식시장의 반응도 생각해야 하고 지원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과거와 같은 방식의 지원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몽헌 계열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상선이 이 정도 상황이면 계열에서 분리된 다른 회사들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힘든 것 아니냐는 게 현대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양사는 일단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과거부터 자금지원을 요청해오고 있으나 이는 동반부실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큰 만큼 지원에 나서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1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다 이미 계열분리된 상황에서 현대건설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만나는 것 자체가 시장분위기에 반하고 주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자동차의 인식이다.

따라서 MK-MH 면담을 통한 지원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또 다음주부터 서울 양재동 농협빌딩으로 일부부서가 이전을 시작하는 등 현대그룹에서 완전 분리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지원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나 건설이 막판에 몰릴 경우 자체 수요가 있는 건설보유의 부동산 매입 정도의 지원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사외이사의 반대로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3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가족모임이 무산된 것도 이같은 자동차와 중공업측의 입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위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여력이 있는 업체들이 현대건설 회생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자구에 실질적 도움이 될만한 자동차와 중공업이 나서지 않는 이상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