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향수"(코스메틱크 뉴스,97년 3월호)

"티에리 무글러(Tierry Mugler)의 앤젤(Angel)이 시장에 진출한지 5년이 지난 지금,전혀 새로운 느낌의 로리타렘피카 향수가 등장한다"(WWD 뷰티 리포트 인터내셔널,97년 3월호)

(주)태평양이 프랑스 현지에서 생산중인 향수 로리타렘피카(Lolita Lempicka)가 처음 나온 지난 97년,이 향수에 쏟아진 언론의 기대와 관심을 반영한 기사들이다.

로리타렘피카는 시장에 나온지 4년이 지난 현재 프랑스 현지 시장점유율 1.9%로 프랑스 시장점유율 10위에 오를만큼 성공했다.

프랑스에서 1년간 런칭되는 향수는 60여개.

세계적인 향수 브랜드 장폴고티에의 "프래자일(Fragile)"이 프랑스에서 시장점유율 1%를 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공이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2억3천만프랑(3백45억원)에 달한다.

도대체 어떤 요인 때문에 이 제품이 프랑스에서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철저한 현지화"다.

프랑스 시장에 처음 진출했던 97년 당시 태평양은 세계 패션계에서 막 주목을 받기 시작하던 신인 디자이너 로리타렘피카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철저한 브랜드 위주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태평양 프랑스 지사측에서 "로리타렘피카는 한국의 태평양 제품"이라는 것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지극히 꺼렸을 정도다.

내용물 및 재료 생산,마케팅 등에서 프랑스 최고의 업체들과 제휴한 것도 이 향수 성공에 일조했다.

용기 디자인은 쟝폴고티에 에르메스 등 유명 브랜드의 향수용기를 디자인한 ADM,용기 제조는 프랑스 제1의 용기 생산업체로 평가받는 푸셰드쿠벌(Pochet du Courval)에게 맞기는 식으로 철저하게 현지업체에 아웃소싱했다.

직원들도 대부분 현지에서 수혈했다.

전체 50여명의 직원 가운데 90% 이상이 프랑스인임은 물론 상품기획 등 핵심요직에도 프랑스인을 앉혔다.

전문가들은 "본사가 어느 나라에 위치해 있는지"를 철저하게 따지는 한국의 사업환경을 고려할 때 로리타렘피카는 상당히 예외적인 케이스에 속한다고 말한다.

이같은 현지화가 가능할 수 있었던 제1요소는 경영자의 리더십이다.

지난 97년 프랑스 지사에 부임한 전인수 지사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한국과 프랑스 직원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일이었다.

심지어 회사 안에서 한국인 따로 프랑스인 따로 행해지는 모든 공식행사를 금지할 정도로 조직융화에 힘썼다.

태평양 본사는 이 브랜드의 지향목표만 제시하고 모든 경영활동은 현지 지사에 일임했다.

전 지사장은 "이는 시세이도와 같은 세계적인 업체에서도 하지 못한 것으로 상당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태평양은 내년 상반기에 "쟝 샤를르 드 캬스텔 바작(Jean Charles de Castel Bajac)"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한다.

이에 맞춰 마케팅 방향에도 수정을 가할 계획.

최근들어 세계 향수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랄프로렌 캘빈클라인 등 미국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을 벤치마킹해 프랑스인 뿐만 아니라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어 내겠다는 게 태평양측 설명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