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살릴 기업과 퇴출 기업을 다시 판정하는 2단계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환영하면서도 객관적이고 투명한 판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대부분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이나 사업구조조정 기업들은 예상과 달리 "우리는 퇴출대상이 아니다"라며 느긋한 입장을 보인 반면 일부 한계기업들의 경우 ''살생부''에 오를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의 한 임원은 "금융당국이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미래성장성 등을 기준으로 부실징후를 판단한다지만 이런 수치들은 얼마든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해 해당 기업들이 얼마나 수긍할지 문제"라고 밝혔다.

건설업종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체는 대부분 경상적자를 내고 있는데 모두 퇴출기업이냐"며 업종특성을 감안해 ''살생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업종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 해운업체도 업종별로 평균 부채비율을 정해 부실징후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1차 기업구조조정때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전화를 걸어 퇴출기업숫자를 할당한 일을 떠올리며 퇴출판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고합은 정부 발표이후 긴장하는 분위기다.

고합측은 2차 채무조정 이후 금융권으로부터 특혜만 받고 있다는 루머로 곤혹을 치러 왔던 터라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워크아웃 진행 △사업구조조정 부진 △유동성 위기 등으로 인해 퇴출위기에 몰릴 것으로 알려졌던 기업들은 대부분 "일정대로 순조롭게 경영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빅딜(기업간 사업교환)이 무산된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은 각각 올 상반기 흑자를 내고 하반기에도 흑자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외자유치 없이도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어 부실기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우 12개 계열사는 대부분 매각방침이 잡혀 있어 정부의 구조조정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도 당초 채권단에 냈던 연말까지의 자구계획(1조5천억원)을 순조롭게 이행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작년 말 2백99%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연말까지 2백50%로 낮출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는 "정부가 시장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부실기업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했지만 금융권이 얼마나 건전성을 확보하고 자율적인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