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에 예고된 가운데 정부는 연일 파업은행과 불참은행간의 예금 이동 자료를 내놓았다.

하루 전인 10일에도 은행간 예금 차별화, 해외 DR(주식예탁증서) 변동 자료등을 언론에 흘렸다.

노조는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금융노조는 이날도 금융지주회사법 반대와 관치금융철폐등만을 주장,정부와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등한히 했다.

양측은 서로간 명분쌓기용에 그친 만남을 7,9일 두차례 갖은 후였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입장을 고집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과 일반 은행원들은 양측의 살벌한 대립과 그로인한 금융마비우려와는 달리 이번 파업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일 4대문 안에 있는 일선 지점을 다녀봤다.

일선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과연 파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고객들은 사상 초유의 은행파업이란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빛 조흥 외환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사실 "2차금융구조조정"에 따른 감원 등 현실적인 관심사 때문에 파업주장에 동조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명동에서 만난 한빛은행 직원은 "은행원으로서의 신분걱정이 최대 관심사"라고 잘라말했다.

그러면서도 고객의 불편을 외면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마디로 "난감하다"고 표현했다.

"당장 내일부터 단말기 조작에 익숙지 않은 차장급 간부들과 계약직 직원들이 창구를 지켜야 하는데 고객들에 불편을 끼쳐 송구스럽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객장을 찾은 고객들에게서도 "은행원들이 저렇게 행동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라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언제나 자리가 불안하고 마치 파렴치범이라도 되듯 몰리는 은행원들은 정부나 언론의 태도에 분개할 만한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노조집행부가 아닌 조합원과 고객들은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은행원의 처지를 헤아리지 못하는 정부와 공허한 명분을 내걸고 파업을 강행하려는 노조집행부 양측의 태도에 비추면 그 성숙함은 오히려 놀라운 감이 있었다.

정부와 노조집행부 어느 쪽도 의도한 "여론업기"는 실패했다는 느낌이다.

박민하 경제부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