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나 투자자문사의 주식투자분석가를 믿지 마라"

애틀랜타 선트러스트은행에서 2억2천만달러의 투자금액을 관리하는 몰리 구엔더.

그는 지난 3월7일 하룻만에 8백80만달러를 날렸다.

그가 투자했던 세계적인 소비재생산업체 프록터갬플(P&G)의 주가가 그날 30%나 폭락한 탓이다.

그는 "어떤 투자분석가도 P&G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를 하다보면 실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며 황당해 했다.

시카고에 있는 주식중개업체 스탠포드트레이딩의 매니저인 마티 피애스콘은 인터넷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스트리티지 주식에 투자했다가 지난 3월 30일 단박에 70만달러를 잃었다.

이 회사가 회계장부를 엉터리로 기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였다.

그는 "분석가들은 이 사실을 미리 알았을 것"이라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주가폭락뒤에도 그 주식을 사라고 추천했다"고 격분했다.

그날 하룻동안 62% 떨어져 주당 86.75달러였던 주가는 지금 32달러선에서 거래된다.

월가맨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증시분석가들.

컴퓨터처럼 명석한 두뇌와 판단력으로 기업내용을 파헤치고 주가를 제대로 예측하는 줄 알았던 이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연구자이기 보다는 기우제때 비오게 주문을 외는 주술사" "나쁜 차를 싸게 사서 겉만 그럴듯하게 포장한뒤 비싸게 파는 악덕 중고차 세일즈맨"이란 비난까지 나온다.

월가관계자들은 이같은 비난이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분석가들은 단지 연구보고서를 쓰는 은행원에 불과해 소속회사의 이해를 대변할수 밖에 없다"(리먼브러더스의 연구책임자였던 스테판 발로그)는 이유에서다.

회사측에서 2백만-3백만달러씩의 거액 연봉을 받는 분석가들이 조사대상회사의 약점을 파헤치는 것보단 그 회사주식을 파는게 자기 회사영업에 도움이 되는 탓이다.

이는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 퍼스트 콜/톰슨 파이낸셜이란 투자자문업체가 미국과 캐나다의 2만8천명의 증시분석가들의 추천내용을 분석해본 결과 "매도" 또는 "강한 매도"추천은 단 1%도 안됐다.

추천의 3분의 1가량이 "강한 매수"였고 나머지가 "매수" 또는 "보유"였다.

분석가들이 미리 알아서 아첨성 보고서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매수"를 추천하라는 회사측의 압력도 만만치 않다.

베어스턴스증권의 분석가였던 시앤 라이안은 "지난해초 한 인터넷은행인 넷뱅크가 별볼일없는 회사임을 알았지만 어쩔수 없이 매수추천을 했다"고 고백한다.

넷뱅크 주가는 추천직후인 작년 4월 주당 83달러까지 올라갔지만 지금은 대폭락,12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최근 기업공개(IPO)와 기업인수합병(M&A)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상위 25개 투자은행이 IPO시장에서 취급한 금액은 6백89억달러.

10년전 45억달러에 비해 15배나 늘어났다.

M&A시장도 1천6백억달러로 90년에 비해 11배 증가했다.

이들이 이 엄청난 성장시장을 놓칠리가 없다.

템페스트투자자문사가 1백2개 증권사의 2천1백81명의 분석가들을 조사한 결과,이들이 지난해 순수연구활동에 들인 시간은 전체 근무시간의 40%를 웃돌았다.

그러나 올해는 36%로 줄었다.

늘어난 것은 분석가들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업내용을 "홍보"하는 시간이다.

투자분석가들의 이같은 행태와 관련,아서 레빗 미증권거래위원장은 "투자자들로부터 "분석가들이 이 개구리가 정말로 왕자라고 강력히 주장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개구리는 개구리일뿐이니 현명한 판단을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 육동인 기자 dong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