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국제입찰의 우선 협상대상자로 포드가 선정되는 등 완성차 업계의 재편을 앞두고 부품업계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부품업계의 구조조정은 경쟁력을 가진 업체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에겐 심각한 생존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자동차공업협동조합의 고문수 상무는 말한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98년 1천1백66개에 달하던 전체 부품업체 수는 지난해 1천1백9개로 4.9%정도 줄어들었다.

특히 부품업체 가운데 대기업 수는 54개에서 56개로 유지된 반면 중소기업들은 1천1백12개에서 1천52개로 5.4%가량 줄어 구조조정의 충격이 크다는 것을 드러냈다.

앞으로 이같은 "부익부 빈익빈"현상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량 업체들은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단순 하청기지로 전락하거나 심지어 폐쇄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이상일 일진산업 사장은 주장한다.

글로벌 아웃소싱을 통해 생산원가 절감을 추구하는 해외기업의 관행상 이같은 몰락은 불가피하다고.

삼성차를 인수한 르노 역시 "우호적인 가격구조와 장기적 계약으로 협력관계를 이룰 것"이라면서도 "부품업체들과 르노와의 통합정도가 낮은 만큼 직접 투자와 지원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기존의 완성차와 부품업체와의 수직 계열화는 깨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만도기계 한라공조처럼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업체들이 계속 늘어나 토종 부품산업 자체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고 이영섭 진합정공 사장은 지적했다.

반면 대우차의 포드 인수로 혜택을 볼 수도 있을 것으로 보는 업체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미국 자동차 빅3가 요구하는 QS9000인증을 갖춘 이들은 "해외기업이 인수하면 일부 부품의 납품이 어려워지고 품질개선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탄탄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큰 걱정은 없다"는 반응이다.

외국기업이 부품 조달처를 해외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믿음.

오히려 대우차 매각을 세계적인 부품 생산기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DC모터 업체인 동양기전은 "대우차가 매각되면 대우차 생산확대로 인한 매출 증대와 매출채권 회수기간 단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포드의 대우차인수가 결정되면 포드계열 부품사인 비스티온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라공조 덕양산업과 포드와 앞으로 5년간 4천4백만달러의 수주계약을 맺고 있는 SJM 등 포드와 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들이 큰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한국자동차 생산업체들은 부품의 90%를 국내 업체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부품업계 자체의 혁신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모두가 시급하다는게 부품업계 안팎의 공통된 주장이다.

< 서욱진.김동욱 기자 ventur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