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4월.

그 고객은 대규모 유선 TV 네트워크의 최고경영자로,자기 회사에 임원직이 비어있으니 적합한 사람을 급히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일은 3만 달러의 수입이 문제가 아니라,2년 밖에 되지 않은 우리회사 경력에 반드시 필요한 명성을 가져다 줄 것이었다.

우리는 그 고객이 저속하고 입이 거칠다는 것뿐만 아니라 지원자를 모집하는데 필요한 회사의 재무 및 전략 정보들을 우리에게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찾아낸 사람들의 이력서를 자기가 검토하고,인터뷰할 사람을 고르는 데도 우리의 의견은 개의치 않고 오로지 본인의 생각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일이 가져올 엄청난 상승효과를 생각해 볼 때 이런 것들은 작은 문제들에 불과했다.

그래서 우리는 "네,우리가 그 일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1999년 4월.

고객은 영업중인 인터넷회사의 창립자로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찾고 있었다.

전자상거래는 우리가 참여하기를 열렬히 원하는 분야인데다가 최소한 6만 달러의 수입이 보장된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작은 문제들이 존재했는데,우리에게는 큰 문제로 확대되어 보였다.

그 고객은 이미 영업에 경험이 있는 최고경영자여야 한다고 마음을 굳히고 있었고,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타당하느냐 아니냐 하는 우리의 판단을 불허하였다.

게다가 남들보다 25%나 낮은 보수를 받을 뿐 아니라 주식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조건을 수락할 사람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급기야는 새로 온 최고경영자가 3개월 동안 근무하고,또 자신의 마음에 드는지 확인할 때까지는 그 사람이 자신의 직무에 약속한 우리의 보수 전액을 지불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인터넷 업계에 경력이 화려한 사람을 투입시키는 일은 매력적인 업무인데다가 보수도 괜찮아서 얼마 전 직원 2명을 새로 고용한 우리회사에게는 특히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대답은 간단했다.

"아니오,우리는 당신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이 7년 사이에 우리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는 사업제안을 거절하는 방법을 배웠고 혼란스럽고 별 볼일 없는 출발에서부터 안정적인 성장으로 도약하는 동안 우리회사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게 되었다.

그 도약이야말로 기업가의 모험적 삶 전체에 있어 사실상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지금은 깨닫고 있는 사실이지만,그 도약이 있기 전에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불해야할 급료와 임대료,발송해야할 마케팅 인쇄물,그리고 설치하지 않으면 안돼는 컴퓨터 프로그램 등이었다.

단돈 1원까지도 계산하던 상황에서 사업제의를 거절한다는 것은 입에 담아서는 안돼는 말을 입밖에 내는 것과 같게 느껴졌다.

이제는 거절이 우리의 성장 전략이다.

그 전략이란 우리의 업무,가치 또는 전문분야에 관련된 사업모델과 거리가 먼 일을 제안하는 고객들을 거절하는 것이다.

방금 언급한 승낙과 거절 사이에서,우리는 잘못된 사업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는 물론이거니와 회사의 수익도 서서히 감소시키는 결과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맡아서는 안될 임무를 승낙한 덕분에 우리는 헤매고 발버둥쳤지만,미래를 약속하는 고객을 확보한 것도 아니었고,우리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었던 기존 고객들과의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 것도 아니었다.

또한 우리에게 맞지 않는 업무를 수락하면 비록 그 즉시는 아니지만 반드시 직원들의 사기를 죽이게 된다는 것도 배웠다.

종업원들은 지치고 혼란스러워 하였으며,그 중 유능한 직원이 우리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이처럼 힘든 과정의 대가는 지금은 명확한 것일지 몰라도,우리는 기업가들의 모든 모험과 같이 힘들게 습득해야 했다.

지금은 알수 있지만 우리는 잘못된 가정을 바탕으로 활동해 왔던 것이다.

그 첫 번째는 우리가 지난날 모토로 삼았던 고객을 기쁘게 하기 위해 회사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으로 포드햄대학에서 야간 MBA코스를 이수할 당시 내 머리 속에 주입된 생각이었다.

그 곳으로부터 나는 단순히 고객을 만족시키는데 그치지 말고 그들을 미칠 듯이 기쁘게 만들어야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배웠다.

실제로 한 교수가 판매사원들로 하여금 고객에게 "제 대답은 예입니다.

자, 이제 질문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하도록 훈련시킨 기업에 대해 격찬하던 것을 기억한다.

학업을 끝마친 뒤에도 거리의 신문 가판대에 꽂혀있는 수많은 경영 관련 책자에서 고객에 사로잡혀 있는 기업들의 강렬한 기사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학교에서 배운 것과 같은 생각들이 날마다 내 머리 속에 각인 되었다.

---------------------------------------------------------------

<>이 글은 "비숍 파트너스"라는 헤드헌터회사의 대표인 수잔 비숍이 쓴 글을 전준수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가 번역한 내용의 발췌요약입니다.

전문은 서강하버드 비즈니스 7~8월호에 실립니다.

(02)3604-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