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재 < 심사위원장 >

오늘날 마케팅은 단순히 경영활동의 부분적 기능이 아니라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경영활동의 중심이 됐다.

변화하는 고객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사적 차원의 마케팅 활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마케팅의 시대"라고 불러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경제신문이 한경마케팅대회를 통해 여러 상을 제정하고 시상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심사과정에서 필자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우리 기업들의 마케팅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사실이었다.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최고경영자에서 일선 직원까지 널리 확산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좋은 사례들이 많아 수상기업을 선정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마케팅전략상을 수상하게 된 태평양 이니스프리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마케팅전략 수립과정이 높이 평가됐다.

특히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마인드를 읽어내고 차별화된 제품과 매장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 구매패턴을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

마케팅기획상을 수상한 삼성전자 파브TV는 사전 마케팅으로부터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 전문점 제도, 전담 AS제도, B2B 시장개척 등을 지속해 마케팅을 차별화한게 인상적이었다.

두산타워는 백화점 할인점 재래시장 등으로 단순하게 구분되던 기존 유통시장에 복합쇼핑몰이라는 새로운 업태를 창출하고 정착시킨 점이 인정돼 뉴트렌드상을 수상했다.

두산타워는 n세대에 대한 명확한 타깃 선정과 창의적 마케팅전략으로 점차 국제적인 쇼핑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신무림제지의 네오아트지는 캐릭터 경품 쿠폰 등을 이용한 혁신적 판촉활동으로 프로모션상을 수상했다.

이런 활동들은 소비재산업에서는 일반적인 전략이지만 마케팅이 취약한 인쇄용지업계에서는 파격적인 것이다.

LG칼텍스정유는 무결점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경영철학을 반영한 "시그마식스"로 브랜드상을 수상했다.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이미지를 결합시켜 최고 브랜드로 육성하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SK의 OK캐쉬백 서비스는 엔크린 보너스카드나 스피드011리더스클럽 등 각종 제휴카드를 소지한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TGIF 등 제휴사와 연계한 각종 마케팅 활동이 경쟁적 차별성을 창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39쇼핑은 단기간에 홈쇼핑시장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점이 인정돼 시장개척상을 수상했다.

경영진의 갑작스런 교체 등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한 점도 아울러 고려됐다.

삼성전자의 마이젯 프린터가 커뮤니케이션상을 받은 데에는 "전지현 신드롬"을 탄생시키며 브랜드 인지도를 증대시킨 광고가 크게 고려됐다.

또 PC로 커뮤니케이션하는 n세대의 특징을 잘 반영해 펼친 온라인 마케팅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통상을 받은 파리크라상은 가맹점의 만족도와 결집력을 강화시키는 시스템이 높이 평가됐다.

이런 윈윈전략의 결과로 프랜차이즈업계 최초로 8백호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빙그레는 세계 최초로 1백% 콩기름으로 튀긴 매운콩라면으로 제품기획상을 수상했다.

체계적인 개발 프로세스와 소비자 불만요인을 반영한 제품설계가 높이 평가됐다.

인터넷 마케팅상에는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이 선정됐다.

많은 인터넷기업들이 수익성 모델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타기업에 비해 보다 실질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특별상으로 개인부문에는 "보이지 않는 뿌리" 등 활발한 저술로 마케팅발전에 기여한 한양대 홍성태 교수가, 기관부문에는 우체국에 마케팅 개념을 적극 도입한 정보통신부가 선정됐다.

마지막으로 수상기업과 수상자들에게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감사와 축하를 드린다.

앞으로도 한경마케팅대회가 계속 생동감 있는 사례를 발굴, 소개함으로써 한국적 현실에 맞는 시장지향적 마케팅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고 우리 산업의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길 바란다.

서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