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점록 < 병무청장 jloh@mma.go.kr >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녹으며 곳곳에 새 생명이 솟아 나고 새로운 도약과 희망을 꿈꾸게 하는 봄.

봄이 어느덧 우리 곁에 왔다.

지난 날 어둡고 우울한 기억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봄 햇살 속에서는 밝고 환하게 웃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봄을 젊음과 희망에 비유해 이야기하는지 모른다.

자주는 아니지만 시간이 나면 장정들이 신체검사를 받고있는 징병검사장을 찾는다.

징병검사장은 항상 팽팽한 긴장감이 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불상사에 늘 마음을 조리게 되는 우리 "행정의 최전선"이다.

그러나 내가 이곳을 자주 찾는 데는 또 하나의 내밀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삶의 에너지가 느껴지고 생동감이 넘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잃어버린 젊음과 순수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다.

생각해보면 이곳만큼 적나라한 사나이들의 세계를 음미(?)할 수 있는 곳도 없을 것 같다.

그것도 군더더기 하나 걸치지 않은 원초적인 모습의 남아들을 만날 수 있는 곳.

그 곳이 징병검사장이다.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머리 색깔,여인네들의 전유물로만 알고 있었던 요란한 장신구를 하고 나타난 젊음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눈빛만은 "순수" 바로 그것이다.

탄력있는 피부,미숙하나 생동감 넘치는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본다.

젊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는 정작 젊음 속에서는 알지 못한다.

인생의 봄을 지나고서야 비로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이곳 징병검사장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병역 판정결과에 따라 현역이나 공익근무요원 또는 산업기능요원으로 각자의 능력껏 나라를 위해 봉사하며 젊음의 통과의식을 치를 것이다.

어디서 어떤 의무를 이행하게 되든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성실하게 마치고 훌쩍 자란 몸과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마음껏 날아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어느 시인은 봄이 오면 젊음이 다시 오는 것 같다고 했는데,나는 남보다 몇배 많은 봄볕을 누릴 수 있었던 운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내 평생 대부분의 시간을 이 나라의 건강한 젊은이들과 호흡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 주며 살아왔으니 말이다.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