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원 교수 약력 ]

<> 1939년생
<> 61년 서울대 법대 졸업
<> 69년 브뤼셀 경제학 석/박사
<> 71년 서울대 교수
<> 88~91년 정보통신 정책연구원장
<> 91~94년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 95~96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학장
<> 98~99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
<> 94~현재 한국 EU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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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외환위기가 일어났더라면 지금쯤 고쳐 쓴 경제학 교과서들이
나오고 있을 거예요"

김세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11일 한국경제학회 제30대 회장에 취임한다.

"외환위기의 원인과 이후의 경기상황에 대한 분석은 학자들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경제적 사건이 화석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김 회장의 취임에 맞춰 한국경제학회에는 경제학 교육위원회가 설치된다.

"개념이나 이론 소개에 그쳐서는 경제학 교육이라고 할 수 없죠. 대학교는
물론이고 초.중.고등학교에서도 한국적 경제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실천과학으로서의 경제학, 경제학 교육위원회를 신설한 이유이자 그의 지론.

김 교수는 올 가을 한국경제학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갖는다.

"물을 건너 온" 이론이 한국적 현실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자리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외환위기의 원인과 이후의 구조조정 과정, 그리고 현재의 경기상황 등에
대한 분석은 학계의 큰 논쟁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다들 입을 다물고
있지만 언로를 터주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을 생각입니다"

탁자에 수북이 쌓인 책 위에 위태롭게 놓인 커피잔을 바라보며 김 교수는
말을 잇는다.

"거시 변수가 본질을 바라보는 데 장애물이 돼서는 안됩니다. 구조적인
분석이 필요하고... 경제학자들이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 할 주제이죠"

김 교수가 한국경제학회장으로서 특별한 정성을 기울이는 일 중 하나는 통합
학술대회를 추진하는 것.

40여개나 되는 경제학 관련 학회를 하나의 중심 테마로 묶어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장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교수는 "현재 15개 학회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동참하는 학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8월18, 19일로 잡힌 국제학술대회도 같은 취지다.

"해외에 있는 학자들도 한국의 경제상황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과 국내 학자들간에 활발한 학문적 교류가 이뤄지면 경제학 발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격년제로 열리는 이 국제학술대회는 올해 "정보화와 지식시대에서의 경제학"
을 주제로 내건다.

김 교수는 소위 "디지털경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정보통신 관련 부문의 성장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생각입니다. 이론적 경험적인 데이터로 뒷받침하는 연구가
앞으로의 과제겠죠"

1년이라는 짧은 임기동안에 많은 일을 해내겠다는 과욕은 부리지 않겠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제 역할은 경제학이 현실적으로 의미있는 학문이 되도록 풍토를 조성하는
데 있습니다"

겸손어린 노교수의 말에서 미국 경제학 편향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 박민하 기자 hahaha@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