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홍보맨들의 몸값이 "금값"이다.

벤처 기업들이 대기업 홍보인력 스카우트에 총력전을 펴고 있어서다.

벤처 기업은 단기간내 회사가치를 높여 외부의 자본을 끌어들이는게
성패의 관건.

벤처 기업가들이 무엇보다 홍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정보통신이나 정보기술(IT)등 분야 홍보맨들의 몸값은 더 비싸다.

벤처 창업이 대부분 이 분야에 집중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윤종진 과장.

오랫동안 홍보실에서 근무하면서 컴퓨터 및 통신 분야 홍보업무를 맡아
탄탄한 기반을 닦아온 그가 최근 회사를 그만뒀다.

벤처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서다.

인터넷TV장비 제조업체인 클릭TV가 그의 새 직장.

그는 이 회사에서 홍보를 전담하게 된다.

LG전자도 홍보실 직원들이 대거 자리를 옮기고 있다.

해외홍보팀에서 근무하던 정영종 과장이 작년 11월 야후코리아로 직장을
옮긴데 이어 대리급 직원 2명이 벤처기업홍보 전문회사 벤처PR과 한국통신
하이텔로 각각 이직했다.

삼성SDS에서도 홍보실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네띠앙으로 옮겨 홍보팀장을
맡았다.

이런 현상이 전자관련 기업 홍보실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대기업 PR파트에 근무하면서 업계에 이름이 꽤 알려진 홍보맨들에게는
요즘 스카우트 제의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핸디소프트로 자리를 옮긴 (주)대상의 김상우 과장이 그런 경우다.

한 대기업 홍보실장은 "모르긴해도 홍보실 인력 가운데 30% 정도는
이미 벤처 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 손짓을 받았다고 보면 맞을 것"이라며
직원들의 이직을 단속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이 벤처기업으로 옮기는 이유는 물론 돈벌이가 훨씬 좋아지기 때문
이다.

대부분 이직자들은 회사를 옮기면서 연봉을 30% 정도 올려받게 된다.

그러나 관심은 연봉 인상이 아니다.

스톡옵션이 더 큰 목적이라는 얘기다.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직접적으로 자신의
이득이 되는 것이다.

벤처 기업으로 직장을 옮기는 대신 벤처 기업의 홍보를 대행하는 전문
PR대행사를 창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대전자 홍보실 이백수 차장이 대표적인 케이스.

그는 벤처기업의 PR을 대행하는 벤처PR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정보통신 네트워크업체인 다산 인터네트, 인터넷카드업체인 레떼컴 등 15개
업체를 클라이언트로 확보해 놓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우통신 홍보실의 최병호 대리도 PR코리아라는 벤처기업 홍보회사를
세웠다.

벤처 PR 대행사들은 홍보 대행료로 해당 기업의 주식을 받는 사례도 많아
"벤처중의 벤처"라는 별칭을 듣기도 한다.

벤처PR를 이끌게 된 이사장은 "폭넓은 인간 관계와 경력, 홍보 감각을 지닌
벤처기업 홍보 적임자를 찾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며 "그러나 벤처 기업
의 수요가 워낙 많아 대기업 PR맨들의 몸값은 한동안 상한가 행진을 거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정호 기자 j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