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라클 블라인드'' 송미라씨 ]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전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18년 만에 시작한 제
일인걸요"

나이 마흔이 넘으면 살아온 흔적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말이 송미라(42)씨
에게는 예외인듯 싶다.

송씨는 안방마님으로만 18년을 살면서 험한 일이라곤 해본 적이 없을 것
같은 얼굴이다.

하지만 이런 그녀가 지난 10월부터 시작한 일은 뜻밖에도 청소대행업.

그 중에서도 각 가정 및 사무실의 버티컬과 블라인드를 세척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우연히 신문광고를 보고 이런 아이템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아이디어가 참 좋다 싶더라구요. 전망있는 틈새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호기심 반 의심 반 하는 마음으로 본사를 찾아갔는데 설명을 듣
고보니 특별히 힘들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티컬과 블라인드를 세척하는 기계가 있어 세탁기 돌리듯 버튼만 눌러주면
짧은 시간 안에 세척이 끝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업성도 있어 보였다.

집에서 대청소를 할 때마다 때가 탄 버티컬을 어떻게 세척해야 할지, 그냥
일반 빨래처럼 빨아도 되는 것인지 난감해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1백% 안심이 안돼 혼자서 이리저리 시장조사를 해봤다.

그 결과 대개 버티컬과 블라인드는 한번 설치하면 세척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고 2~3년 지나 때가 많이 타면 그냥 버리고 새것을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송씨는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고 결론짓고 이 사업을 하면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블라인드를 새로 구입하는 비용의 10분의 1만 들이면 헌 블라인드를
새 것처럼 만들어 준다는데 마다할 업체가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일단 일을 시작하겠다는 결심이 서자 일사천리로 창업 준비가 진행됐다.

우선 1천만원짜리 세척기계를 한 대 샀다.

그리고 상가건물 지하에 임차보증금 3백만원짜리 사무실겸 작업실을
마련했다.

세척물 수거에 필요한 중고차도 2백20만원을 주고 구입했고 세제도 30만원
어치 샀다.

이렇게 모두 1천5백50만원을 들여 창업한 후 직원 한 명과 함께 일을
시작했다.

이렇게 한 달이 지나 매출과 순이익을 결산해보니 매출 7백만원에 순이익은
4백만원.

만족스런 결과였다.

처음에 그녀가 일을 시작할때 반대했던 남편도 믿기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창업 석달째인 지금은 월 매출액을 1천1백만원으로 끌어올렸다.

직원도 한명 더 채용했다.

순이익도 7백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버티컬과 블라인드 세척전문점 사업은 매출규모와 관계없이 지출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영업을 활발히 해서 주문을 많이 받아오면 받아올수록 마진율이
높아진다.

그래서 이제 그녀는 마진율을 높이기 위해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처음엔 낯선 회사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일을 설명한다는 게
엄두도 안났다는 송씨.

그런 그녀가 처음 영업을 해 주문받은 곳은 은행이었다.

"제가 거래하는 은행에 가봤는데 버티컬이 아주 더럽더라구요. 그래서
서무주임이라는 분을 만나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마침 버티컬을 교체
하려던 참이었는데 세척이 가능한 줄은 몰랐다고 하더군요"

견적을 뽑아보니 버티컬을 새것으로 장만하려면 2백80만원이 드는데 비해
세척비는 25만원에 불과했다.

송씨 힘으로 처음 주문을 따낸 것은 물론이고 그 은행에서 다른 지점들로
소개해 줘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주문이 늘어났다.

"집에만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거라 사실 겁도 많이 났어요.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재미가 붙네요. 이런 게 사회생활 하는 맛인가 보죠?"

첫애가 올해 수능시험을 볼 정도로 성장하다보니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고 싶었다는 송씨.

처음에는 단순한 소일거리로 생각했던 블라인드 세척사업이 예상외로 짭짤한
수익을 가져다주자 세척기를 한대 더 장만키로 하는등 사업 확장계획을
추진중이다.

(문의)02-555-0444

< 서명림 기자 mrs@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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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 이렇게... ]

미라클 블라인드의 본사는 (주)아이디어원이다.

(주)아이디어원은 세계적 버티컬 세척전문 업체인 미국의 샤인 어 블라인드
(Shine A Blind)사의 무공해 천연미생물 세제를 독점 수입해 공급하고 있다.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주)아이디어원을 통해 세척 기계와 세제 등 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 후 상권을 분양받으면 된다.

상권은 광역시의 경우 각 구별로 하나씩 배정받는데 송씨의 경우 자택이
있는 서초구에서 창업했다.

창업자는 자기 상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아직 체인점이 개설되지 않은
구에서는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다.

별도의 가맹비 없이 기계를 구입하고 세제를 공급받는 것으로 본사와 체인점
의 관계는 유지된다.

체인점을 개설하면 본사에서는 기계 사용법과 세척방법 등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쳐 준다.

특별히 어려운 것이 없으므로 2~3일만 배우면 충분하다.

영업대상은 아파트 금융기관 일반기업체 등이다.

한국사업연구소(천리안 유니텔 GO RDS)의 나대석 소장은 "임차비용이 싼
아파트 지하상가의 3~5평짜리 공간을 확보하는 등 초기투자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성공할 수 있으며 처음에는 대형 사무실보다는 아파트단지내 가정집을
1차 공략대상으로 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아파트 단지내 가구수는 최소 2천가구 이상은 돼야하며 블라인드
세척외에 화분이나 수족관, 침대청소 등과 같은 틈새시장을 같이 노려야
1년내내 안정된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