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벤처지수 상승률이 코스닥종합지수 상승률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코스닥 벤처지수는 9일 전날보다 35.04포인트 상승한 521.99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500선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말 지수(70.49포인트)와 비교해 6백40%나 오른 수준이다.

같은 기간동안 코스닥종합지수는 2백33% 상승했다.

벤처지수 상승률이 코스닥지수 상승률을 2.7배나 웃돌고 있는 것이다.

이는 벤처기업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에따라 최근들어서는 벤처기업만 오르고 일반기업은 철저히 소외받는
"주가차별화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시황 분석가들 사이에서 벤처기업 주가가 무차별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거품론 확산 =현재 벤처기업 주가를 밀어올리는 재료는 미래의 성장성
이다.

그러나 주가는 무차별적으로 상승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9일장에서도 이런 우려감이 제기됐다.

전체 등록종목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백8개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뇌동매매 분위기에 속에서 옥석이 구분되지 않고 있다.

심규환 아틀란티스 투자신탁 서울사무소장은 "코스닥시장에 반도체나 CDMA
(통신기술) 같은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벤처기업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무더기로 오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노근창 신영증권 조사역은 "기업내재가치는 접어둔채 오르는 관성과 심리적
요인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매도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벤처기업중 상당수는 몇년뒤 흔적도 없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윤권택 코스닥증권시장(주) 공시팀장은 "지금 인터넷관련주들이 동반폭등
하고 있지만 이중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있는 기업은 몇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스닥 상장종목의 경우 매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 스스로 성장성을 입증해
보이고 있으나 코스닥기업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 무늬만 벤처종목 =코스닥 등록기업은 9일 현재 4백4개다.

이중 35%인 1백46개사가 벤처기업이다.

하지만 벤처기업이라고 모두 첨단업종에 종사하는 것은 아니다.

벤처캐피털이 지분 10% 이상을 가지고 있는 기업도 벤처기업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음식료업종에 종사하더라도 벤처캐피털의 자본만 유치하면 벤처종목
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음식료 및 섬유업체도 13개나 벤처종목으로 분류돼 있다.

제지 및 화학업체도 12개나 벤처종목에 소속돼 있다.

심지어 벤처종목으로 분류된 건설회사도 1개 있다.

문제는 일부 "묻지마" 투자자들이 벤처종목이라면 무조건 사들이는데 있다.

이 영향으로 코스닥시장에서 무늬만 벤처종목인 회사들도 덩달아 득세하고
있다.

<> 벤처흉내내기 =요즘 코스닥 등록기업들이 주가를 띄우기 위해 사업내용
에 관계없이 "~탈" "~텍" "~텔" 등 첨단기업 이미지를 풍기는 영어단어를
회사이름에 붙이는 것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예를들어 한국개발투자금융은 TG벤처로 이름을 변경했다.

청람은 청람디지탈로 상호를 바꿨다.

성진피혁의 새이름은 성진네텍이다.

청담물산은 포레스코로 이름을 바꿨고 한국강업은 일레덱스로 상호를 변경
했다.

올들어서만 11월까지 모두 19개사가 이름을 바꿨다.

98년 한햇동안 이름을 바꾼 회사가 아일인텍 등 10개사 정도였던데 견주면
99년들어 상호변경이 활발했던 셈이다.

상호변경은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새출발을 다짐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나 여기에는 주가를 올려 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증시 관계자들은
말한다.

코스닥시장에서 벤처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일반기업의 주가상승률을 크게
앞지르자 첨단업종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있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 회사도 있다.

< 조성근 기자 trut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