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탤런트 홍충민(22).

첫눈에 경탄을 자아낼 화려함도, 톡톡 튀는 발랄함도, 혼을 쏙 빼놓는
관능미도 없다.

그에게선 오로지 수묵화같은 느낌이 난다.

한지 위에 먹으로만 그려진, 단조로운 대신 은은하고 그윽한 수묵화의
분위기에 눈길이 간다.

이런 깊이있는 분위기가 보는이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지도 모른다.

MBC 창사특집드라마 "허준"(극본 최완규 연출 이병훈.이정표)에서 여주인공
"다희"역에 발탁된 것도 그의 독특한 분위기가 한몫을 했다.

지극한 내조로 허준을 조선 최고의 명의로 만드는 양반가의 여인 다희역에
그의 기품있는 이미지가 적격이라는게 이병훈PD의 설명이다.

행운도 겹쳤다.

당초 다희역에 홍리나가 내정됐지만 막판에 건강문제로 출연을 고사했다.

제작진은 식상한 얼굴 대신 "신인"을 발굴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홍충민을
발탁한 것.

"꿈만 같았습니다. 97년 MBC 탤런트 공채시험에 합격하고 베스트극장에 몇번
출연한 뒤에는 할일이 없어서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갈까 했었거든요"

하지만 행운에 마냥 기뻐할 틈도 없었다.

사극연기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PC통신에는 그의 연기미숙을 지적하는 비판이 쏟아졌다.

"미스캐스팅"이라는 뼈아픈 비난까지.

"이를 악물고 연기공부를 하고 있어요. 드라마를 보면 저도 부끄럽습니다.
사실 전공(제주대 동양화 2년 휴학중)이 연기가 아닐뿐만아니라 경험도
부족해 어려움이 많아요. 시청자들의 비판을 채찍질삼아 발전해 나갈겁니다.
지켜봐 주세요"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