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디알리자시옹"

불어로 "세계화"를 뜻하는 이 말이 프랑스 사회의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초점은 이 말이 "아메리카니즘을 의미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과 동의어냐
아니냐다.

인터넷 등 정보화사회가 전개되면서 이같은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는 프랑스인들이 "프랑스적인 것의 세계화"를 외치는 와중에 자신들도
모르게 미국의 팝 문화에 젖어들고 있다는 데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경영계에도 미국바람이 불어닥칠 조짐이다.

프랑스 사회는 벌써부터 이를 놓고 말다툼이 한창이다.

미국식 경영방식 도입 문제가 표면화된 것은 세계 최대 타이어생산업체인
미쉐린타이어가 지난 10월 발표한 7천5백명에 달하는 직원 정리해고 방침
에서 비롯됐다.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한 보수파들은 고실업으로 사회가 고통을 앓고 있는
마당에 수년째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 직원들을 감원할 필요가 있느냐
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고용창출 의무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프랑스 고유의 기업관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진보주의자들은 "세계적 추세"를 근거로 기업은 고용보다 이익을
내는 게 최대 존립이유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미쉐린의 감원계획이 사회적 관심사로 확산된 데는 최고경영자(CEO)들의
학력이 계기가 됐다.

올초 신임 CEO에 오른 에두아르 미셸랑(36)과 전임 CEO이자 현 CEO의 부친인
프랑수아 미셸랑은 공교롭게도 미국에서 MBA과정을 밟은 경영인들.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CEO들의 학력과 경영행위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보수파와 진보파 양진영이 맞서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2차대전 중에도 "아카데미 프랑세즈"를 열어 불어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문법과 철자법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벌였던 나라다.

아카데미 프랑세즈에서 직선으로 불과 5백m정도 떨어진 "데카르트"거리.

3백~4백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샹송카페들과 재즈카페들이 주말이면 불야성을
이룬다.

이 거리 한편에선 프랑스의 실험영화가 제작되는가 하면 바로 인근의
복합극장가는 할리우드 영화를 찾는 인파로 붐비고 있다.

프랑세즈 아카데미와 데카르트 거리의 풍경은 최근 프랑스 사회의 고민을
그대로 축약해 놓은 듯한 인상이다.

< 파리=방형국 기자 bigjo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