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호씨는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말 가입한 뮤추얼펀드가 벌써 1년 만기가 돼 돈을 찾는 일만 남은
것이다.

지난해 가입한 A펀드의 경우 기준가(5천원)에 비해 약 60% 정도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1천만원을 투자한 최씨의 경우 1천6백만원정도를 되받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A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에서 최씨에 주주총회에 참석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펀드를 만기 연장할 것인지, 해산할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최 씨는 1년이 되는 시점에 펀드를 해산하고 자신이 출자한 금액에 따라
원금과 이익금을 받는 것이 나은 지, 만기연장하는 것이 유리한 지 고민에
빠졌다.

여유자금으로 투자한 만큼 급히 원금을 찾을 필요는 없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뮤추얼펀드라는 새로운 간접투자방식이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1년 남짓한 기일동안 뮤추얼펀드는 70여개에 달할 정도로 주식간접투자상품
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올해 증시호조로 대부분의 뮤추얼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달에는 지난해 처음으로 판매됐던 미래에셋의 박현주 1호펀드 등이 만기를
맞는다.

최씨의 경우처럼 일반투자자들은 자신이 가입한 뮤추얼펀드를 만기연장할
것인지, 청산할 것인지 의사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 만기가 되는 뮤추얼펀드들 =뮤추얼펀드는 각각 하나의 회사라고 보면
된다.

기업들은 사업연도별로 결산을 하는데 비해 뮤추얼펀드는 1년을 만기로
총결산을 한다.

결산기준일은 펀드가 운용되기 시작한 운용일이 아니라 회사를 설립한
날이다.

대부분의 펀드는 회사를 설립한 뒤 투자자를 모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펀드에 가입한 날이 1년이 되기 전에 펀드 결산일이 돌아온다.

이 달에 결산을 맞는 뮤추얼펀드는 모두 9개.

미래에셋의 박현주펀드 시리즈와 알바트로스1호, 삼성투신의 프라임펀드
등이 차례로 만기가 돌아온다.


<> 만기연장할 경우 =만기가 된 펀드들은 기간 연장과 청산, 두가지 중
한길을 택해야 한다.

먼저 만기 연장할 경우 장점은 새로 설정되는 펀드보다 순자산가치면에서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펀드를 새로 만들 때 부담되는 설립이나 판매비용 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배당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자산운용회사도 기존 펀드에 편입되어 있는 주식을 청산할때 전량 매각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렇게 만기를 연장할 경우 기존 투자자들은 최초 가입금액은 펀드에 남기고
이익이 난 금액에 대해서만 배당을 받는다.

최씨의 경우 배당금 6백만원에서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받고 원금
1천만원은 계속 투자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자산운용회사들은 고객들에게 만기연장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만기연장은 주총의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수의 3분의 2이상 동의가 있어야 한다.

찬성 주주의 지분이 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1이상이면 된다.

물론 이 절차를 거쳐 만기를 연장하기로 결정되더라도 개인적으로 만기연장
에 반대할 경우 투자자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된다.

주식매수청구를 하면 운용사측이 고객 주식을 적정가격에 사준다.


<> 청산할 경우 = 펀드 청산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원리금을 한꺼번에
현금으로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청산이란 펀드자금으로 투자한 모든 유가증권이나 유동자산을 시장에서
처분해 투자원금과 수수료 및 비용을 제외한 이익금을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운용사의 성과보수는 대부분 15%초과 이익에 대해 20%를 받는 것으로
돼 있다.

뮤추얼펀드는 페이퍼컴퍼니란 말이 있듯이 비록 유형의 자산은 지니고 있지
않더라도 상법상 주식회사로 등록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청산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바로 원금과 이익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소정의 해산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산등기 청산인등기 청산주총 채권자최고 등을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2~3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운용사들은 고객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이 절차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일 예정이다.

해산을 결정한 박현주펀드 1호의 경우 금년내에 고객에게 원금과 수익금을
전액 되돌려 줄 방침이다.


<> 어떤 방식을 택할까 =투자자들은 자신이 가입해 있거나 주식시장에서
매입한 뮤추얼펀드에 대해 만기가 되었을 때 펀드청산과 만기연장의 두가지
방법이 있다.

이 중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는 펀드의 운용수익률과 운용회사에 대한
신뢰감, 향후 장세전망 여하에 달려있다.

내년 장세전망이 밝고 기존 펀드 수익률에 만족한다면 펀드청산보다는
만기연장에 따른 재투자가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뮤추얼펀드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내년에는 어느 펀드가
수익을 많이 낼 지, 지속적인 수익을 내는 운용회사는 어디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자신의 여유자금으로 펀드에 가입한 경우이고 향후 국내증시를 밝게
전망하는 투자자라면 실적이 좋았던 기존 펀드에 남아있는 것이 좋을 듯하다.

최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운용회사나 펀드의 수익률에 불만족한다든지 아니면 단기적으로
자금사용처가 있거나 향후 증시전망이 비관적이라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청산에 동의하면 될 것이다.

< 김준현 기자 kimjh@ked.co.kr >

<>도움말 =이상화 동원증권 프라이빗뱅킹팀장.한경머니 자문위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