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업계가 21세기를 앞두고 "에코매니지먼트"(환경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기적인 환경보고서를 내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환경을 감안한 경영이 경영실적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를 보여주는 환경
회계란 것을 공표하기도 한다.

ISO 14000 시리즈의 취득은 이미 일본기업들 사이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요시무라 다케시는 미쓰비시전기의 환경본부 환경보호추진실장.

그는 몇년전까지만 해도 담당 임원을 만나려면 순번을 기다려야 했다.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횟수는 한달에 한번 꼴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거의 매일 아침마다 불려가는" 상황이 됐다.

소니의 와타나베 상무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는 "환경경영이 막연한 개념이 결코 아니다"며 "지난해 10월 제정한
중.장기 사업계획서에 환경경영은 6개의 핵심 경영과제중 하나에 포함됐다"
고 밝혔다.

일본내에서 기업의 경영층이 환경경영에 눈뜨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고객들의 성향이 몰라보게 바뀌었다는 얘기다.

기업의 경영과 소비자의 성향이란 것은 결국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마쓰시타전기가 소비자 여론조사를 한 결과 환경에 배려한 제품
임을 알리는 스티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조사대상의 10%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상품 구입시에 이를 참고로 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90%에
달했다.

일본에서 환경경영과 관련한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ISO 인증이다.

96년 도입된 ISO 14001 인증을 얻은 기업은 지난해 1천개를 넘어섰다.

현재는 2천5백개사를 헤아린다.

일본은 가장 앞서가던 독일을 따돌리고 세계 1위의 인증획득국이 됐다.

인증심사원도 최근까지 2년전의 5배인 3천7백명으로 늘어났다.

증가속도는 연간 1천명선이다.

ISO 14001의 획득은 환경경영의 인프라인 동시에 이를 실현하겠다는 기업의
자주적 선언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내에서 기업들의 환경역사는 대략 30년으로 볼 수 있다.

기업들이 초점을 맞춰온 테마는 공해대책 폐기물대책 리사이클링방안 등으로
옮겨져 왔다.

과거에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환경에 대한 배려를 했지만 최근에는 살아
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깊숙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진전이
엿보인다.

환경경영의 필요성을 가장 절감하고 있는 곳은 자동차업계다.

업계의 구조를 뒤집을 만큼 파격적인 영향을 가진 것이 환경경영이다.

21세기에 세계적으로 살아남는 자동차회사는 5~6개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포함되려면 환경대응형 자동차를 먼저 개발하는게 중요하다고 업계
는 인식한다.

현재의 내연엔진 자동차는 시장이 축소되고 앞으로 3년이내에 연료전지
자동차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을 만드는 과정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하나의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환경대응형 자동차에 대한 투자가 쉽지는 않다.

닛산자동차 관계자는 "한해 6백억엔의 투자비가 필요하며 이는 전체 연구
개발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라고 말한다.

가전업체에서도 환경경영은 "전공필수" 사안이 됐다.

샤프의 관계자는 "환경을 고려하는 "그린프로젝트"가 이미 상품개발 단계
에서 최우선 고려사안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한다.

이는 정부의 관련법 개정으로 2001년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가전리사이클
규정이 시행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설계 개발단계에서 어떻게 리사이클이 가능한지를 고려하고 제품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업체들은 가전제품을 회수하는데에만 막대한 비용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비제조업체로는 유통회사들이 일찌감치 환경경영에 눈을 떴다.

패밀리마트는 올해 3월 본부와 전국의 모든 점포에서 ISO 14001 인증을
획득했으며 이미 독자적인 환경개발상품 16개 아이템을 발매중이다.

상품배달시 트럭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해결하기 위해 천연가스 자동차를
4대 도입, 시험가동 등 아주 미세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쓴다.

이토요카도는 또 태우면 다이옥신이 발생하는 염화비닐의 랩을 업무용
판매에서는 모두 없앴다.

대체품인 폴리에틸렌의 랩을 메이커와 함께 10년에 걸쳐 만들어내는 개가를
올렸다.

아직 랩전체의 매출에서 20%를 차지하는데 그치고 있으나 매출 자체는
지난해보다 16%가 늘어났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는 얘기다.

< 박재림 기자 tr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