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업계의 최고경영자(CEO) 대열에 전문경영인들이 가세하기
시작했다.

24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기술창업가가 아닌 전문인이 경영하는 벤처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엔 뛰어난 기술력만이 벤처기업 성공의 열쇠라고 믿었다.

하지만 <>재무관리 <>마케팅 <>영업 <>기획 능력 등이 기술 못지 않은
중요한 성공요인이라는 인식이 최근 널리 퍼지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다.

이들은 기술 하나만 믿고 창업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와는 다른 새로운
경영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양한 경력과 이력을 갖고 있는 이들은 각자의 장점을 살린 다양한
경영전략으로 벤처기업을 성공의 길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의 벤처경영인이 많다.

이는 투자업무와 연관해 많은 정보와 창업수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이들의 유형은 무척 다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 벤처금융인이 벤처기업을 창업 =언어기술은 "국어공학"이라는 이색적인
사업영역을 가진 벤처기업.

이 회사 방기수 사장은 <>핸디소프트 <>아펙스 <>퓨쳐시스템
<>하이트론시스템즈 등의 투자 성공으로 이름을 날린 한국종합기술금융(KTB)
심사역 출신이다.

그는 대전에서 근무하면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들이 만든 벤처기업들
을 집중 발굴했다.

이 과정에서 KAIST와 시스템공학연구소(SERI)에 있는 교수 연구원들과
긴밀한 교류 관계를 맺으면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난 96년 언어기술을
창업했다.

넥스컴시스템은 최근 대칭형 디지털 가입자회선(SDSL)과 소호(SOHO)형
라우터를 개발한 정보통신장비 전문 벤처기업.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이 회사 정양기 사장은 한국기술투자(KTIC)의
투자심사 본부장을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유.무선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미디어링크는 비동기전송(ATM) 스위치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벤처기업.

KAIST 전자공학석사 출신인 이 회사 하정율 사장은 KTB 출신의
벤처캐피털리스트다.

당시 대박을 터뜨린 미국 자일랜사에 투자해 기업분석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 97년 미디어링크를 창업, 최근 MPLS(다중 프로토콜 라벨링
스위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아이앤티텔레콤의 강정훈 사장도 역시 9년 넘게 KTB에서 경력을 쌓은
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

그는 직접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하고 지난 96년 아이앤티텔레콤을
만들었다.

이 회사는 중국 말레이시아 등지로 종합정보통신망(ISDN)장비를 수출하는데
성공,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다.


<>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되는 벤처캐피털리스트 =엠케이전자는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기초재료인 본딩와이어를 생산하는 벤처기업.

전세계 본딩와이어 시장의 15%를 차지해 미국의 아메리카 파인와이어,
일본의 다나카에 이어 세계 3위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전문경영인 이경원 사장은 한국기술금융(KTFC.현 산은캐피탈)
출신의 벤처캐피털리스트.

지난 89년부터 10년간 KTFC의 투자금융부를 이끌며 수많은 투자성공으로
업계에 이름을 날렸다.

지난 96년 프로칩스에 단 8억여원을 투자, 1백10억원이라는 엄청난 수익을
남기는 대박을 터뜨렸다.

엠케이전자도 역시 그의 투자기업이었다.

지난 85년부터 5억여원을 투자,1백42억원 가량의 수익을 냈다.

지난 5월 엠케이전자를 인수한 스위스 UBS캐피털은 이같은 이 사장의 능력을
인정, 그를 강도원 회장과 함께 엠케이전자를 경영하도록 했다.


<> 마케팅 전문가에서 벤처경영인으로 =디지텔은 지난 3월 ISDN사업을
활성시키기 위한 최대 과제중 하나였던 상시접속(AO/DI)단말기를 개발해 낸
벤처기업.

이 회사는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한때 영업능력 부족으로 파산 직전
상황까지 몰렸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이종석 사장을 영입해 위기를 돌파했다.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주)한보에서 철강수출업무를 담당하던
마케팅 전문가 출신.

그는 <>상품개발 <>자금마련 <>시장개척 등 3가지 경영목표를 먼저 정하고
뛰어난 마케팅 솜씨를 발휘했다.

결국 영입된지 1년만에 네덜란드 일본 호주 등지로 1백억원 어치의
종합정보통신망 전화기를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 교수에서 벤처경영인으로 변신 =파워엔지니어링은 그동한 수입에만
의존해 온 컨베이어 자동화시스템 "벨트웨잉피더(Belt Weighing Feeder)"를
최근 국산화한 벤처기업.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기계.재료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이 회사 전재영 사장은 서울시립대 강사 출신이다.

지난 97년 창업 이후에도 그는 울산대 수송시스템공학부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전자우편을 음성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보이스 메일링"시스템을 개발한
휴쳐인터넷의 이창호 사장도 비슷한 경우다.

이 사장은 KAIST와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산업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강남대 산업전산전자 공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올초 휴쳐인터넷을 창업, 공동대표직을 맡고 있다.

< 서욱진 기자 venture@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