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등소평) 동지가 지난 78년말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후 최대의
사건이다"

15일 오후 3시 25분, 베이징(북경) 둥창안지에(동장안가)에 자리잡은
대외무역경제합작부.

스광성(석광생) 중국대외경제무역부장과 샬린 바셰프스키 미국 무역대표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협정문 서명식을 지켜보던 한 중국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기자가 옆자리의 미국기자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대외무역경제합작부의 한 관리는 WTO가입후 중국의 변화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모든 게 준비돼 있다"고 간단히 답했다.

나름대로의 스터디를 통해 21세기 중국경제가 나갈 청사진을 만들어 놨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들렸다.

취재 과정에서 "이제는 중국을 다시 봐야 할때"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시장경제를 운영하고 있는 사회주의국가"라는 기존 시각으로는 더 이상
중국을 이해할수 없게 된 것이다.

중국의 WTO가입은 중국경제의 물줄기를 바꿔놓기에 충분한 역사적인 사건이
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추진된 개혁개방정책은 중국경제의 내부 모순을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WTO가입은 개혁개방정책을 통해 축적한 중국의 에너지를 외부세계로 뻗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국은 은연중 21세기 미국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정치.경제대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야욕을 보여왔다.

그 첫걸음이 WTO가입일 수도 있다.

이번 협상타결의 실천적 의미는 "중국이 국제 비즈니스 관행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국제 비즈니스에서 더 이상 중국만의 관행이 통하지 않게 됐다.

중국은 원하든, 원치 않든 상거래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 점이 WTO이전의 중국과 이후의 중국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다.

중국이 WTO가입으로 기대했던 소득을 올릴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WTO가입을 계기로 국제 정치.경제체계안에서 중국의 입김이 거세질
것임은 확실하다.

중국경제가 빠르게 국제화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이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개도국 경제" "시장경제 전환체제"등의 기존 대중국 연구
시각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문화대혁명시대의 잣대로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이해할 수 없었듯이
덩 시대의 사고로는 "WTO시대"의 중국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중국에 대한 시각을 고치고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