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WTO 협상은 지난 14일 샬린 바세프스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주룽지 중국 총리를 만난지 하루만에 타결됐다.

양국 대표가 그동안 현안에 대해 한발씩 양보키로 합의, 사실상 논쟁거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한때 결렬위기로 치닫던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된 이유를
경제적 요인보다는 "경제외적" 요인에서 찾고 있다.

즉 대선을 앞둔 미 행정부측 입장과 "실각 위기설"에 시달리는 주룽지 중국
총리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사실 미 행정부는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중국의 WTO 조기가입
허용을 요구하는 미 산업계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중국쪽에서는 그동안 WTO 협상을 주도해 왔던 주 총리가 이번 협상에서
실패하면 정치 생명이 위험하다는 위기감으로 막판협상에 적극 나서게
됐다는 분석이다.

14일 주 총리가 이례적으로 예정에도 없던 협상을 가지게 된 것이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주 총리는 이날 양국협상이 결렬위기에 놓이자 전격적으로 샬린 바세프스키
USTR 대표와 1시간30분에 걸친 예정에 없던 비공식회담을 가졌다.

지난달말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예정없이
협상을 벌였었다.

그만큼 다급했다는 얘기다.

이같은 주 총리의 태도 변화는 그동안 끊임없이 나돌던 그의 실각설과
무관치 않다.

사실 주 총리는 지난 4월 WTO 협상 이후 당내외로부터 "미국측에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이후 측근들이 잇따라 실각하고 장쩌민 주석이 WTO협상을 직접 챙기기 시작
하면서 실각설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주 총리의 입장과 미 재개의 "표"를 의식한 미 행정부의 입장이
절묘하게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또 한편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WTO 가입협상을 마무리지어 놓은 상태에서
발표시기를 "연출"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미국측에서는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측에 회담성과를 과시하고 싶어서
회담의 어려움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또 주 총리측은 나름대로 반대파들이 비난을 피하기 위해 회담과정을
극적으로 처리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국전문가들은 협상과정이야 어쨌든 간에 이번 협상 성공으로
그동안 사면초가에 빠졌던 주 총리의 정치적 생명은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고
보고 있다.

< 박수진 기자 parksj@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