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협력업체들이 몰려 있는 울산 효문공단.

이곳 협력업체들은 그동안 부품을 생산하면 제각기 트럭을 동원해 납품해
왔다.

저마다 납품 하다보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협력업체 트럭으로 늘
북새통을 이뤘다.

현대자동차가 JIT(적기공급)를 강조하면서 트럭 운행횟수는 더욱 잦아졌다.

반대로 한번 운행때 납품하는 부품 물량은 점점 줄어들었다.

현대자동차는 오랜 고민끝에 이 문제를 풀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순회 공동물류''의 도입이다.

효문공단 사람들은 이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찾아오는 트럭에 부품을
싣기만 하면 된다.

국내 총 물류비는 무려 70조원(97년 기준).

이 비용을 줄이지 않고선 어느 업종이고 경쟁력을 높이기가 어렵다.

당연히 물류 효율화가 발등의 불이다.

공동물류는 바로 물류비를 줄여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의 대표적 사례다.

물류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
본다.

<> 허브 시스템

물류 거점 창고인 허브(Hub)를 통해 제품용 원부자재의 입고->보관->통관->
출고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미국의 애플이나 컴팩 델과 같은 대형 PC업체들이 적용한 시스템으로 국내
에서는 LG전자가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수입부품의 입고나 보관 통관 출고 업무가 항만이나
공항의 창고에서 제각기 이뤄져 정확한 재고 파악이나 신속한 입.출고가
어려웠다.

LG는 이 업무를 한곳에 모았다.

그것도 공장 바로 옆으로 옮겨 놓았다.

첫 적용 공장은 평택공장의 PC사업본부.

최종 생산자의 제조라인으로 자재를 바로 옮길 수 있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LG는 허브 시스템 도입으로 평택공장에서만 연간 15억원의 물류비를 절감
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 다른 공장에도 이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 인터넷 베이스

물류는 이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만나 효율을 높여가고 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완제품 수주부터 부품발주 생산 출고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인터넷으로 관리하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많은 대기업들이 시스템을 개발해 가동에
들어갔고 이제는 중견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대기업들의 인터넷 베이스 물류에는 협력업체들의 동참이 필수적
이어서 부품업체들의 인터넷 물류 시스템 도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 외국업체들로부터 필요 부품을 손쉽게 사들이는 광속전자
상거래(CALS)도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 공동 물류

공동 물류의 장점은 수송비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대상업체 3백10개사 가운데 우선 1백54개사에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연말까지 울산공장과 아산공장에 납품하는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이 제도가
실시되면 협력업체들의 비용절감액은 연간 63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현대는 예상하고 있다.

부품 단가를 낮출 수 있으니 완성차의 가격경쟁력은 자연히 높아지게 된다.

공장에 출입하는 차량도 하루 평균 3백41대 감소한다.

33%가 줄어드는 것이다.

수송차량 1대당 적재효율 역시 40%에서 60%로 높아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
이다.

기아자동차도 현재 39%에 불과한 순회 공동물류를 곧 1백%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와 기아는 이와 동시에 부품 실물관리시스템을 구축, 가동에 들어갔다.

장부 재고가 아닌 현장 실물을 기준으로 시간대별 부품의 입고와 출고
정보를 관리한다.

장부 재고와 실물 재고를 완벽하게 일치시키는 한편 정확한 부품 투입과
실물 재고를 시간대별로 파악해 생산계획 변동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이 시스템을 적용한 현대 아산공장은 작업생산성이 10%
이상 오른 반면 부품 수송비 및 재고비용은 20% 이상 줄었다.

생산제품이 같은 동종 업체간 공동물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설탕 밀가루 휘발유 시멘트 등을 생산하는 회사들이다.

남의 회사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에 자사 상표 부착을 의뢰해 인근
지역에 내다판다.

자사 공장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제품을 배송하는 물류비가 그만큼
줄어든다.

<> 분사

물류비 절감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수단이 분사다.

회사의 물류부문을 독립회사로 떼어내 효율을 꾀하는 경우다.

삼성전자는 물류조직을 하나로 통합해 토로스라는 회사로 분리 독립시켰다.

정보가전사업부내 물류팀과 해외협력실 관련 인원, 구매전략팀 등에서
근무하던 3백70명이 구성원이다.

삼성전자는 19%의 지분만을 갖고 나머지는 종업원들이 나눠 갖고 있다.

삼성전관도 사내 물류조직을 분사했다.

로지피아라는 회사다.

삼성전관은 물류부문의 분사로 올해 20억원 가량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0대 그룹은 지난 1년 반 사이에 4백84개사를 분사형식으로 떼냈다.

이 가운데 77개사가 물류 관련 업무 분야였다.

분사가 기업들의 물류비 절감 수단으로 적극 활용됐음을 보여 준다.

< 김정호 기자 jhkim@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