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대책문건"이 중앙일보 문일현 기자에 의해 작성돼 이종찬 국민회의
부총재측에 팩스로 전달된 사실이 밝혀지자 여야는 28일 각각 문건제보자의
신원공개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팽팽히 맞섰다.

여야는 이날 두차례에 걸쳐 3당 총무회담을 열어 한나라당의 국정조사권
발동요구를 놓고 협의했으나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이에따라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한부
농성에 돌입하는 등 정국은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회창 총재의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대책 문건과 관련한
김대중 대통령의 사과와 이 사건 및 불법 도.감청 의혹, "맹물 전투기추락"
등 3대 현안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또 국정조사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대정부질문 등 국회 의사일정을
모두 보이코트하고 장외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는 "한나라당이 문건제보자를 밝히지 않은
채 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은 이종찬 부총재를 상대로 정치공세를 하겠다는
의도"라며 "문건제보자의 신원을 먼저 공개하고 제보자를 이종찬 부총재측과
함께 증인으로 채택해야만 진상규명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불법 도.감청의혹은 한나라당이 구체적인 입증자료를 한 건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맹물전투기 추락사건은 전문성있는 국회 국방위에서
조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며 국정조사를 거부했다.

이에앞서 국민회의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이만섭 총재권한대행 주재로
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이강래 전 수석이 작성했다"는
정 의원의 폭로가 허위임이 입증된 만큼, 정 의원과 한나라당 이 총재의
사과와 함께 전달자의 신원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국민회의는 이와함께 "허위사실"을 폭로한 한나라당 정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또 의원직 제명추진을 검토하는 한편 최악의 경우 여당 단독으로 예산안과
정치개혁법안 등을 심의할 것을 검토키로 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 이 총재는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대통령은 이 사실을 사전에 보고받았다는 의혹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
이라며 "김 대통령은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관계자들을 전원 엄중문책함은
물론 국정책임자로서 마땅히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만일 이러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전면투쟁에 나설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이사철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문건제보자는 정 의원의 주장대로 이종찬씨
측근이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힐 수 있으므로 현재로선
제보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일보측은 자사 간부가 정 의원에게 문건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중앙일보 간부 제공설을 흘리고 있는 이만섭 대행 등 국민회의
관계자를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 최명수 기자 mes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