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가 고민에 빠졌다.

한국농업이라는 한 벤처기업이 미네랄 등을 입힌 고부가가치 쌀을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다.

현행법상 쌀과 보리는 수출추천 품목이다.

농림부 장관의 도장을 받아야 해외로 내보낼 수 있는 것이다.

농림부의 공식입장은 일단 유연해 보인다.

"최근 일본에 9백톤의 기능성 쌀을 수출키로 한 벤처기업이 신청해오면
허용여부를 검토하겠다"(농림부 관계자).

겉으론 그러면서도 수출을 허용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동안 쌀 수출 실적은 전무하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쌀을 수출하겠다고 신청한 곳이 없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사실상 수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농업계의
정설이다.

쌀을 수출하면 외화도 벌 수 있는데 왜 굳이 이를 막으려 하는 걸까.

여기엔 한국 농업에 엄청난 파고를 몰고 올 쌀 시장 개방문제가 걸려 있다.

"쌀 수입은 안 된다고 버티면서 수출을 하면 쌀 시장협상에서 대의명분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쌀 수입이 자유화될 때까지는 쌀 수출 역시 제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쌀 시장개방 문제를 놓고 재협상키로 한 시점인 오는 2004년까지는 쌀
수입은 자유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농림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쌀 수입을 자유화하면 외산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고 이 경우 한국의 식량
안보가 중대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한국인들에게 주식인 쌀이 대거 해외로 빠져 나갈 경우 안정적인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도 농림부가 꼽는 수출제한 배경이다.

물론 한국 쌀이 비싼 편이어서 대량수출이 이뤄지기는 힘들겠지만 만에 하나
식량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측의 얘기도 일견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번 쌀 수출건은 조금만 머리를 쓰면 해결할 수 있을 듯하다.

가공한 제품이니 생쌀이 아니지 않는가.

농림부 논리대로라면 쌀로 만든 과자도 수출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농림부는 이에 대해 "쌀의 물성을 완전히 바꾼 가공제품에 대해서는 수출
제한을 전혀 두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농업이 개발한 기능성 쌀은
쌀의 성분이 많이 남아 있어 수출추천 대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농업도 벤처기업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재래식 농업에서 벗어나 아이디어와 첨단기술이 동원되어야 높은 부가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농림부의 벤처정신을 촉구한다.

< 오광진 산업2부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